건국대학교 이재승 법학과 교수는 28일 "병역거부자를 위해 대체 복무제를 도입하는 것은 종교적 소수자뿐 아니라 각양각색의 소수자 정체성을 보유하는 사람을 대한민국이 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원 주최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어떻게 할 것인가' 공청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새롭게 민주화된 사회는 억압적 획일적인 권위주의 대신에 새로운 통합주의를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과반수나 절대적 다수의 지지 내세워 입법을 더 미룬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정책기획국 민준규 박사도 대체복무제를 경제학으로 접근,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에도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감소하지 않는 점과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종을 강요할 수 없다는 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감옥에 가둔다고 종교를 포기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대체복무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체복무제의 '3대 거부세력'으로 국방부와 재향군인회 등 '안보족'과 보수 기독교단체, 상처받은 예비역"이라며 "국방부가 대체복무제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장병들의 사기 때문인데 군대의 인권 상황과 처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홍구 교수도 대체복무제를 시행하는 외국사례를 소개하며 "세계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가장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라면서 "대체복무자도 가장 많은데 방만한 제도 운영으로 병역의 형평성도 훼손하고 사회복지에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대만의 예를 들며 "거대한 중국과 대치하고 있고, 미군도 주둔하지 않는 대만은 한국 보다 안보환경이 열악하다"면서 "대만은 실용적으로 군대 개혁을 실현하면서 인권문제도 해결했다"고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은 이날 열린 공청회에서 대체복부제 도입과 관련해 사회지도층 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지도층 8명 중 1명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병무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감옥제도는 개선돼야 한다'는 질문에는 응답자 85.5%가 찬성표를 던졌고, '유엔권고를 받아 들여야 한다'는 답변도 87.5%로 조사됐다. 또 '대체복무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질문에는 반대가 80.2%로, 찬성 19.8% 보다 월등히 많았다. 대체복무제 도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의견을 표시한 집단은 기자 집단으로, '현 감옥제도 개선'에 88.8%, '유엔권고 수용'에 94.4%가 찬성해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31.4%는 이 제도의 도입 시기를 시기상조라고 답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35.5%와 민주당 국회의원 21.4%가 이같이 답변해 평균 보다 높았다. 또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많은 사람들이 대체복무제를 택할 것(63%)이라는 답변과 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것(40.2%)이라는 답변도 나와 대체복무제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대체복무제 복무기간에 대해서는 '현역복무의 1.5배'라는 답변이 44.9% 가장 많았고, '현역복무의 2배 이내'와 '현역복무와 같아야 한다'는 답변도 각각 26.3%와 17.9%를 차지했다. 또 대체복무 분야에 대해서는 양로원과 요양원 등 사회복지기관 근무가 75.3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소방서와 주민자치센터 등 공공기관 근무와 일정자격을 갖춘 시민단체 등 근무가 각각 11.2%와 12.3%를 차지했다. 대체복무제 허용 사유에 대해서는 종교적 신념을 포함한 반전평화주의 신념까지가 74.8%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일반적 종교적 신념(14%)과 특정 교파에 한정한 종교적 신념(11.2%)이 그 뒤를 이었다. 사회과학연구원은 "전문가들은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해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규범이나 당위적 차워을 넘어서 현실적인 측면에서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이 지난 1일부터 22일까지 국회의원(51명)과 변호사(30명), 교수(99명), 기자(109명), 종교인(263명) 등 사회지도층 55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과 안민석 민주당 의원, 박경서 이화여대 석좌교수 등과 함께 홍영일 양심적 병역거부수형자 가족모임 공동대표와 국군의 날 '알몸시위'를 벌인 강의석씨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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