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차관급 7명을 포함한 1급 이상 고위공무원 12명이 지난 주말 쌀직불금 감사의 책임을 지고 일괄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일괄 사의 표명 배경과 향후 절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차관급인 감사원 김종신·이석형·박종구·하복동·김용민·박성득 감사위원과 남일호 사무총장, 1급인 성용락 1사무차장·유충흔 2사무차장·김병철 기획홍보관리실장·이창환 감사교육원장·문태곤 고위감사공무원 등 총 12명은 지난 주말 김황식 감사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들의 사의 표명 배경에 대해 "최근 쌀직불금 감사 파문 등 감사원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1급 이상 고위공무원들이 이번 사의 표명과 관련해 특별히 회동을 해 의견을 모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며 "하지만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쌀 직불금 감사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만큼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의를 표명한 감사원 고위관계자도 "감사원의 쌀직불금 감사결과에 대해선 떳떳하지만 고위 공직자들이 일단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도의적인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사원에 대한 국정조사가 다음달 10일 시작돼 12월5일 마무리되는 만큼 사의를 표명한 고위 공무들의 사표 수리 여부가 쉽사리 결정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감사원법 5조와 18조에 따르면 감사위원은 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사무총장과 4급 이상의 고위감사공무원은 감사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한다. 따라서 고위공무원의 사표 수리 여부의 판단 주체도 결국 청와대다.
감사원 관계자도 이와 관련, "국정조사 등의 일정이 있고 김황식 원장도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인적쇄신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하지만 국회 쌀직불금 국정조사와 내부 감찰조사 등이 마무리되는대로 일괄 사의를 표명한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선별적 사표 수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전윤철 전 원장 시절부터 줄곧 일괄 사의 압박을 받아온 감사위원들이 최근 쌀 직불금 파동 등을 계기로 김 원장과 새정부에 재신임을 묻는 측면에서 사의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감사위원 6명 중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후 임명된 감사위원은 박성득 감사위원 1명 뿐이고, 나머지 감사위원 5명은 모두 참여정부 당시 임명됐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였던 이회창 전 감사원장 시절에도 감사위원 6명이 재신임을 묻는 차원에서 일괄 사의를 표명했고, 이 중 일부의 사표가 수리된 전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