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지역 내 일부 아파트의 소음피해를 둘러싸고 중앙 환경분쟁위원회(이하 환경분쟁위)와 법원이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환경분쟁위는 도로개설자와 분양사 모두에게 민사상 책임을 부여한 반면 법원은 '아파트 단지 밖 소음피해는 도로개설자 책임'이라며 분양사의 면책을 인정했다.
광주지법 제3민사부(부장판사 문준필)는 2일 분양사인 R사와 시행사인 한국토지공사(이하 토공)가 광주 광산구 신창지구 H아파트 주민 이모씨 등 122명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R사는 방음대책이나 손해배상 책임이 없는 반면, 토공은 방음시설과 함께 2645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일부 패소 판결했다.
택지개발 시행사인 토공은 1992년부터 신창지구에 택지를 조성해오던 중 지난 99년 10월 광주 제2순환도로 4구간(서창나들목-산원나들목) 1.6km를 개설하기로 계획을 세운 뒤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지난해 5월 도로를 완공한 뒤 이를 광주시에 기부체납했다.
분양사인 R사는 이후 '동과 호수에 따라 일조권, 조망권, 소음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인근 도로가 2008년 완공 예정' 이라는 내용이 적힌 입주자 공고와 계약서를 통해 해당 아파트를 이씨 등에게 분양했다.
이 과정에서 토공은 아파트와 도로 사이에 높이 9m, 길이 355m의 방음벽과 완충 녹지대, 건축선 이격 조치를, R사는 미개통 구간에 높이 4.5m, 길이 166m의 방음벽과 수림대를 추가 설치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 입주 후 아파트 소음은 주간 58-68db, 야간 51-65db로 법적 기준치인 주간 65db, 야간 55db을 초과했고, 주민들의 재정 신청에 대해 준사법기구인 환경분쟁위는 지난 3월 '토공과 R사는 주민 1인당 6만-22만5000원을 지급하고, 방음벽 추가 설치 등 방음대책을 강구하라'고 결정했다.
환경오염 원인 제공자의 복원 책임과 비용부담을 원칙으로 하는 환경정책기본법 제7조에 따른 조치다.
이에 토공 등은 ▲소음정도가 참을 수 있는 한도 내에 있고 ▲분양 계약서 등에 미리 고지한 점 ▲도로의 공적기능 ▲충분한 소음대책을 마련한 점 등을 내세워 반박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그러나 "R사는 도로의 설치.관리자가 아니고, 아파트 건축으로 소음이 발생했다고도 볼 수 없다"며 분양사의 손은 들어준 대신 토공에 대해서는 ▲도로 인근에 택지가 분양된 만큼 소음 발생을 예상할 수 있었고 ▲계약서 내용은 일반적 문구에 불과한 점 ▲도로 소음은 통행량에 따라 달라져 한계치를 알 수 없는 사실 등을 이유로 소(訴)를 기각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택지개발지에 포함된다 할지라도 아파트 단지 밖 도로소음의 경우는 분양사가 아닌 도로개설자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는 것으로, 유사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