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형마트는 ‘10년 전 가격으로 드립니다’라는 판촉행사를 실시하면서 이에 따른 가격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납품업자에게 턱없이 싼 값으로 납품하도록 강요했다.
B백화점은 소비자가 변심을 이유로 구입한 상품을 환불하자 해당 상품을 다시 납품업자에게 반품하거나 상품대금을 결제하면서 그 금액만큼 빼는 형식으로 부담을 전가했다.
유통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대형유통업체들의 불공정거래가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상반기(5~7월)에 대형유통업체 49개와 납품업자 6000여개에 대해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판촉행사 강요 및 부당반품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불공정거래에 대한 상시 감시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2일 밝혔다.
◇판촉행사 비용 떠넘기기 ‘심각’
이날 공정위가 발표한 ‘2008년도 유통분야 서면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유통업체들의 ‘판촉관련 부당강요’(24.6%)와 ‘부당반품’(20.7%) 행위가 심각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판촉행사를 실시하면 사전에 서면으로 계약을 체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체결하지 않는 경우(24.6%)가 많았고, 염가로 납품하거나 사은품제공을 강요하는 행위(15.2%)도 적지 않았다.
통상 판촉비용의 분담은 예상이익의 비율에 따라 나누는 것이 원칙이고, 예상이익을 산정키 어렵다면 절반씩 부담해야 하지만 비용 전액을 납품업자가 부담하는 상황도 심심찮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촉사원을 채용하면서 유통업체 본사 직원의 인건비를 납품업자에게 부담시키는 ‘판촉사원 떠넘기기’ 사례도 있었다.
또 부당한 반품행위와 관련해서는 백화점과 홈쇼핑의 경우 주로 소비자 변심에 따라 상품 반품이 들어올 때,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경우에는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임박했을 때 반품을 일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계약기간 중 판매수수료를 유통업체가 일방적으로 인상 ▲계약서에 납품가격 등 중요사항 누락 ▲거래 개시 이후에도 계약서 미교부 등의 불공정거래행위가 적발됐다.
◇감독당국, ‘상시’ 감시체제 가동
공정위는 유통업체의 이 같은 불공정거래에 대해 보다 날카로운 칼을 들이댄다는 계획이다.
백용호 공정위원장은 외부강연 등을 통해 수차례 “대형 유통업체의 구조적이고 관행화된 불공정거래행위는 과감하게 시정조치 하겠다”며 엄격한 제재방침을 언급한 바 있다.
공정위는 우선 이번 서면실태조사에서 혐의가 포착된 업체나 법위반 혐의가 높은 업체에 대해 11~12월 간 자진시정기간을 부여, 자진 시정토록 유도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내년 1~2월에 현장조사 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또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편의점 등 4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전담팀을 구성하고 혐의업체로 판정된 유통업체에 대해 연중 내내 감시하겠다고 전했다.
박상용 공정위 기업협력국장은 “직원들이 업태별로 파악을 한 것을 DB(데이터베이스)화 시켜 적당한 시점에 직권조사 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관련 정부부처 및 사업자단체 관련기관 등과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정보를 공유하고 정책 공조를 이뤄나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공정위는 이처럼 상시 감시체제 구축은 물론, 자율적으로 공정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업체 간 ‘공정 거래 실천 협약’(FTA, Fair Trade Agreement)체결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유통분야 서면실태조사는 국내 백화점(14개), 대형마트(16개), 홈쇼핑(5개), 편의점(6개), 인터넷쇼핑몰(2개), 대형서점(2개), 전자전문점(4개) 등 49개 대형유통업체와 5745개의 납품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