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과 보험업계가 한치의 양보없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3일 보험업법 개정을 위한 입법예고가 발단이 됐다. 금융위원회가 3일 보험사에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하겠다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은행업계가 4일 '보험사 지급결제 참여 허용의 문제점'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반대 여론 확산에 나섰다. 이에 보험업계도 물러서지 않고 반박 자료를 내며 대응에 나서면서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양측의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6일 은행권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싸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은행권은 보험사의 지급결제는 위험하다는 것과 이로 인해 은행대출 금리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보험사는 사업 속성상 대형 천재지변 같은 비상사태 때 지출이 늘 수 있어 지급결제 기능 수행에 위험(리스크)이 높다는 것이다. 보험사가 지급결제 상품을 내면 은행의 예금 상품보다 고금리여서 예금이 (보험사로)옮겨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은행은 양도성예금증서(CD)나 은행채 같은 고금리 상품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어 금리를 불가피하게 인상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자료를 통해 지급결제용 자산은 보험사의 고유자산과 분리해 모두 외부에 위탁하기 때문에 지급결제 리스크가 높아지지 않는다고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즉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CMA) 계좌나 상호저축은행의 고금리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로 인해 은행이 자금 부족 현상을 겪고 대출 금리가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대신 보험료 납부나 보험금 수령을 할 때 은행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보험 대리점에서도 공과금 납부나 송금 등을 할 수 있어 금융 소비자의 편의가 높아진다며 은행권의 주장을 일축했다. 은행권과 보험업계가 지난 1월부터 계속된 싸움의 배경에 대해 양측이 여러 이유를 들고 나오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밥그릇 다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방카슈랑스가 기본적으로 보험업계의 밥그릇을 은행업계가 빼앗아가는 구도였다면 보험사에 대한 지급결제 허용은 은행업계의 밥그릇이 보험업계로 넘어가는 형태다. 이번 지급결제 입법예고에 은행권이 강력 반발하는 이유가 자신들의 영역수호 차원이란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은 이미 증권사 CMA로 인해 피해'을 보고 있다. 증권사의 지급결제 계좌인 CMA가 은행의 예금 상품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며 인기를 끄는 바람에 은행 수신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한국은행과 한국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전년보다 1조3250억원 감소했다. 주로 월급통장 등이 CMA로 옮겨간 여파다. 비록 정기예금은 17조8230억원(6.3%) 늘었지만 같은 기간 증권사 CMA 잔고는 8조6억원대에서 27조1780억원으로 불과 1년 새 3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반면 보험업계는 지급결제가 허용되면 그동안 은행권에 지불해왔던 수수료를 물지 않아도 된다. 보험사는 보험료·보험금을 은행을 거쳐 받고 지불하면서 수수료를 냈다. 은행에 지불한 수수료는 지난 2004 회계연도 기준으로 922억원에 달한다. 은행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험업법 개정을 막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의 반박에 즉각 대응하는 한편 금융위에 의견 제출, 규제개혁위원회와 국회, 그리고 언론에도 입장을 적극 설명할 방침이다. 이에 보험업계도 지지 않고 맞대응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생명보험협회는 은행권이 입법예고 기간 의견을 낼 경우 당연히 의견 제출은 물론 소비자의 편의 제고를 위한 사안인 만큼 양 협회(손해 및 생명보험협회)를 중심으로 국회 설득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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