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미국이 아니다. 그런데 언론 담론도, 시중 화제도 버럭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에게 쏠려 있어, ‘오바마 시대’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개운치 않은 일이지만 어쨌든, 우리가 관심을 거둘 수도 없는 인물이 미국의 대통령 당선자 오바마이다.
그 오바마가 선거 기간 내내 멋지게 길어 올린 단어는 ‘변화’이다. “우리는 변화를 믿습니다”가 선거구호였고 그 구호 아래 외교정책, 금융해법, 건강보험정책에 특히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그는 외쳤다.
어느 정치 평론가의 비유를 따르면 대통령 당선자에게 선거기간은 시(詩)의 시간이고 집무가 시작된 거버넌스의 시간은 산문의 시간이다. 선거기간에는 웅변과 화려한 수사와 설득이 돋보인다. 시처럼 그렇다. 그러나 통치가 시작되면 웅변과 수사는 뒷전으로 물리고 정치게임, 지정학적 게임을 벌이면서 지루한 산문적 통치를 하여야 한다.
오바마는 벌써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도 바꾸었다는 소식이다. 선거기간 내내 참모들이 오려 놓거나 캡춰 해둔 뉴스 클립을 빠짐없이 읽고, 선거 후반 6개월 동안에는 매일 케이블방송의 뉴스 쇼를 시청하고 마지막 3개월 동안에는 블로그 접속을 멈추지 않았었지만, 당선 직후 일찌감치 ‘미디어 소비를 제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선거기간과 당선자기간 동안 우리의 많은 언론들이 이명박 후보를 그렇게 대한 것처럼 미국의 많은 언론도 오바마 후보를 우호적으로 대했다. 두 후보 모두 뒤에는 국민 사이에 지지도가 형편 없던 대통령들이 있었다.
그러나 후보가 일단 대통령 집무실을 차지하는 순간부터 미디어는 대통령과 적대적인 관계로 돌입한다. 대통령 후보가 당선자일 동안, 잠시 언론은 공격에 휴식을 가질 뿐이다. 그래서 그 기간을 언론과 당선자의 허니문 기간이라고도 하지만 많은 나라의 많은 대통령에게서 취임 직후부터 허니문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취임 1년 이상 허니문이 무너지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고는 들어본 적이 없다.
청와대가 국정홍보를 강화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정부 정책이 자주 국민의 반발에 부딪치는 것은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7일에는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대변인들을 청와대로 불러 홍보의 중요성을 새삼 주입시켰고 오는 27~28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의 홍보 역량 강화 워크숍도 열 계획이라 한다.
홍보는 처음도, 마지막도 사실은 내용이 문제이다. 내용의 적절성, 진실성 여부는 젖혀두고 널리 잘 알리려 한다고 하여 홍보가 완성되지 않는다. 보수언론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청와대 홈페이지와 국정 홍보처의 홈페이지를 불 같은 주장과 반론과 의견으로 채운 제4의 언론사이트처럼 만들었던 참여정부시절의 홍보방식을 회상해보면 알리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오바마의 대통령직 인수 위원장이 된 램 이매뉴얼 같은 여론 조정에 능숙한, 홍보보도대책조언자 스핀 닥터의 교묘함만으로도 홍보는 완성되지 않는다. 그런 사실들을 기자들은 안다. 청와대도 알았으면 좋겠다.
배종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