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소득보전직불금과 관련한 얘기들이 공중파 방송과 신문의 머리기사로 등장했다. 내용은 대충이랬다. 농촌이 아닌 대도시에 거주하며 실제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직불금을 받아가는 사람이 전국에 28만 명에 이르고, 금액도 1천680억원으로 추정된다는 거였다. 물론 농업관련 부서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추정치를 곧이곧대로 받아드릴 리 만무하겠지만 그래도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 않아 보였다. DDA/쌀협상 이후 시장개방 폭 확대로 쌀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에도 쌀 농가의 소득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2005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제도이다. 또 ha당 746천원(비 진흥지역은 597천원)이라는 지급액은 많고 적음을 떠나서 농민들에게는 더없이 요긴하게 쓰이는 돈이다. 하지만 농자재 대금과 인건비 등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생산비의 변수는 고려치 않고 한번 책정해 놓은 쌀 목표가격에 맞춰 3년간 지급하기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사실 4년 전 ‘쌀소득보전직불제’라는 예전에 없던 업무하나가 새로 생기면서 일선에 근무하는 공직자들이 겪어야만 했던 우여곡절이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두 시간짜리 ‘지침시달’ 교육을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수원에까지 다녀왔고, 신청인의 이름 석자만이 덩그런 신청서에 도면을 짚어가며 경작필지를 찾아 채워 넣는가 하면, 버벅거리는 컴퓨터 앞에 앉아 꼬박 밤을 새어가며 입력 작업을 했으니까. 그래도 거기까지는 공직자로서 해야 할 몫이기에 게의치 않았다. 하지만 수천수만 필지를 한꺼번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고의가 아닌 실수(?)로 누락시킨 필지 하나를 놓고서 ‘내 돈 내 놓으라!’ 고래고래 악을 쓰는 노인네들을 다독거리면서는 한 치의 오차도 용납지 않는 현실을 실감해야만 했던 것이 불과 서너 해전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이 지적한 문제점은 무엇인가? 아니,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 물론 대도시에 거주하고 농업 외 타 분야에 종사한다고 해서 직불금을 지급하지 말라는 규정은 없다. 또 현행 농지법상 농지 소유자격을 농업인에 한정 제한하고 있으며, 농지 취득자격증명제를 통해 매수인의 농지 소유자격과 소유상한을 정해 놓았지만 이런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지에 대한 규제완화로 통작거리 제한 규정이 없어지면서 영농을 신규로 희망하는 자에 대한 농지취득은 수월해졌지만, 취득 후 소유권이 이전된 농지의 사후관리는 규정대로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취득 목적대로 농지를 이용하지 않을시 처분지시가 내려지고, 강제 이행금이 부과된다는 규정을 얘기하고, 헌법(121조)에 명시된 ‘경자유전’의 원칙과 농지에 관한 기본이념을 설명하면 ‘원칙’만 따지는 불친절 공무원(?)이라는 낙인과 함께 부득불 부서를 옮겨야만 하는 게 일선 담당자들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조세특례제한법상 소유하고 있던 농지를 타인에게 양도시 8년 이상 경작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세법규정을 악용하여 실제 경작도 하지 않으면서 직불금을 신청하고, 받아 챙겨간다는 것이다. 또 그런 농지를 경작해야만 하는 임차인들의 속사정도 구구절절했다. 경작자에게 돌아가야 하는 게 직불금이라지만, 돈 몇 푼 때문에 경작하던 농지를 빼앗길까 봐 벙어리냉가슴 앓듯 직불금 신청을 포기한 채 쉬쉬한다고 하니 씁쓸할 뿐이다. 연간 수 조원(2008년 12조5천억)의 예산이 농업과 농촌·농민들에게 투자되고 있지만, 완비되지 않은 시스템상의 문제로 농민인 척(?)하는 부류들에게 국민의 혈세가 새어 나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면, 이를 바라보는 농업이 아닌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막대한 예산을 지원해 줘도 제대로 지키지도 챙기지도 못하면서 나락 값, 쌀 값을 올려 달라하고 물가인상을 충동질한다’ 라며 비웃지나 않을까?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지급 상한면적을 설정하고, 배우자를 포함한 농업이외 일정 소득자에 대한 지급을 제한하는 등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서 관련법률 개정안이 국회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아예 이번 기회에 투기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해 시세 차액만을 노리겠다는 무리들이 더 이상 농촌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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