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가 적발된 공기업에서는 하청업체로부터 수수한 금품을 상급자에게 다시 상납하는 '먹이사슬'의 비리구조가 이미 고착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검찰이 적발한 공기업 비리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비리 유형은 특정업체에 대한 공사 및 납품 발주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수수하는 '공사·납품 비리'였다. 판교신도시 도로공사를 추진하면서 4000만 원을 수수한 한국토지공사 신도시계획처장 윤모씨(구속기소)와 신림 난곡 재개발아파트 공사와 관련해 4900만 원을 받은 대한주택공사 사업단장 오모씨(구속기소)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검찰조사 결과 하청업체들은 수주를 위해 담당 임직원을 상대로 '지속적 관리형 금품'을 제공하고 이 금품은 다시 공기업 간부에게 상납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각종 기금과 교부금을 다루는 부서나 국책연구사업을 벌이는 연구소에서는 '공금 횡령'이 빈발했다. 허위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문서를 위조하고 허위 매출계산서를 제출하는 수법이 사용됐다. 이날 구속기소된 근로복지공단 직원 하모씨도 산재보상금 구상금, 체당금 회수에 따른 경매 배당금 14억 원을 횡령했다가 사법처리 대상이 됐다. '인사 비리'는 인사 관리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지방공기업에서 다수 적발됐다. 검찰 관계자는 "지방공기업에서는 신상필벌의 원칙이 무너지고 외부 청탁 및 금품로비가 성행했다"고 전했다. 공기업이 보수나 근로 여건 등의 측면에서 신의 직장으로 꼽히면서 채용점수 조작, 합격자 교체의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이와 관련해서는 부산시설관리공단 전 이사장 최모씨와 증권예탁결제원 경영지원본부장 김모씨 등이 형사처벌됐다. 거액의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공기업 및 각종 기금관리형 공기업에서는 '대출 및 자금지원 비리'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한국산업은행 여신감리실 3급 정모씨는 저리대출 알선 대가로 2억3500만 원의 뇌물을,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유동화관리부장 이모씨는 2억8000만 원을 받아 구속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대출 또는 투자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아 금융 공기업의 부실화되는 상황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수사 과정에서 파악된 공기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관계 기관에 전달해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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