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을 주생업으로 하는 농민이 사는 마을이나 지역. 좀더 정확히 말하면 농경, 또는 넓은 의미의 농업에 포함되는 축산업·양잠업·원예업·임업·과수업 등의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다수이면서 공동체의 성격을 띠는 촌락을 말한다. 따라서 산촌(山村)은 넓은 뜻의 농촌에 포함되지만 어촌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어촌들이 반농반어(半農半漁)의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어촌과 농촌이 어우러진 마을도 많다. 농촌은 생업상의 촌락개념이므로 입지조건·경제구조·사회구조·협동체계 등의 많은 부분이 농업과 상호 관련되어 형성되어 왔다. 선사·고대에는 식수나 경작지를 확보하기 쉬운 용천(湧泉)이나 강가, 수해의 염려가 없는 약간 높은 지대, 일조량이 충분한 토지 등이 취락의 입지지구로 택해지고, 중세·근세 등 시대가 흐르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식수 확보와 관개·배수의 기술이 발달하고 조직이 강화됨에 따라 선상지(扇狀地)·저습지·구릉·산지에도 취락지역이 확장되어 갔다. 또한 열대지방의 고원지대나 사막의 오아시스, 계절풍이 심하게 부는 사구나 태풍지역에서는 풍하 사면이 취락입지 조건이 좋은 지역으로 택해졌다. 농촌취락의 형태는 토지구획·도로망·경지의 형태와 그 분산 상황 등과 결합하여 결정되며, 또한 생활·생산활동·기능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어 취락형태에 대한 연구는 일찍부터 지리학의 주요 연구과제가 되어 왔다. 취락의 평면형태는 가옥이 밀집한 집촌과 각 가옥이 분산된 산촌(散村)으로 크게 구별된다. 아시아나 유럽의 농촌에는 집촌이 많은데, 이것은 아시아에서는 논농사에 사용하는 농기구의 대차(貸借)나 노동력의 교환에 적합하며, 또 유럽의 삼포식(三圃式) 농업지역에서의 공동작업에 편리하다. 한편, 자연발생적인 집촌에는 가옥이 불규칙하게 모여 있는 괴촌(塊村)이 많지만 계획적으로 개척된 집촌에는 가옥이 길게 열을 지은 형태나 규칙적인 형태인 것이 많다. 산촌은 유럽 북서부(스칸디나비아·발트해 연안국), 중부(라인강계곡·오스트리아의 티롤지방), 남부(에스파냐 북서부·이탈리아의 롬바르디아 평원), 북아메리카(미국·캐나다), 남아메리카의 평원에서 볼 수 있다. 농촌의 주기적 생활은 농경생활, 특히 논농사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또 한 농경세시구조(農耕歲時構造)의 기반이 되고 있다. 농촌의 주기적 생활은 의례적인 활동과 농업생산적인 활동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 다. 의례적인 활동은 일상의 생산 중심의 활동 을 일단 정지하고 다음 활동으로의 이행을 촉진 하며, 농업생산의 풍요를 기원하고 감사하는 활동을 말한다. 농업생산적인 활동은 농경활동 을 말하는 것으로, 크게 파종에서 수확까지의 농번기와 수확한 뒤 파종까지의 농한기 활동으 로 양분된다. 이 기간 안에서도 절후, 일손의 차, 농사의 성격에 따라 24절기 등 여러 단락으 로 세분된다. 계절별로 크게 나누어 농촌생활 의 주기를 보면, 농촌의 봄철은 농작물의 파종 기이다. 못자리를 만들고, 모내기할 논둑을 고 치며, 거름을 주고, 논의 정지작업을 한다. 밭 에는 봄채소와 감자 등을 파종한다. 이때는 가 을보리의 생장기로서 보리밭을 매는 작업도 한 다. 봄철의 의례적 활동으로는 이월 영등·삼월 삼짇날·사월초파일 등이 대표적이다. 이월영등은 풍신(風神)에게 기원하여 가내평안과 행운을 빌며 그 해의 농사가 잘 되기를 비는 풍신제를 뜻한다. 여름철은 보리베기·보리타작·모내기·밭작물의 수확과 파종 등 가장 바쁜 시기에 해당한다. 농촌에서는 바쁜 일을 해결하기 위하여 두레·품앗이·고지·놉 등의 협동노동력을 동원한다. 여름철에는 농작물의 성장의례가 의례적 활동의 주축을 이룬다. 5월 단오·6월 유두·7월 농신제·백중·풋굿·삼복 등이 그것이다. 수릿날 혹은 천중절(天中節)로 불리는 단오에는 농사의 풍년을 빌고, 전작물의 천신의례(薦新儀禮) 등이 행하여지며, 또한 그네뛰기·씨름 등을 하면서 즐기기도 한다. 7월의 농신제는 모심기한 논에 가서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이다. 이것은 벼재배 지역의 성장의례의 대표적인 형태이다. 가을철에는 벼와 과실을 수확하고 가을보리를 파종하는 농작업이 행하여진다. 또 양잠농가에서는 가을누에를 치고 가축의 사료를 비축하기도 한다. 가을철의 의례적 생활은 수확의례로 특징지어 진다. 추석·중양절·시제·안택굿 등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10월말에는 모든 수확이 끝난 뒤 택일하여 안택굿을 한다. 이는 집안의 성주·용왕·조왕·조상 등의 여러 신을 대상으로 하여 그 해의 풍년을 감사하고 집안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한 의식이다. 수확이 끝나면 조상의 산소에서 묘사(시제)를 지낸다. 묘사 또한 추수감사제의 속성을 띤다. 겨울철에는 김장, 메주쑤기, 땔감 마련, 다음 해의 농사 준비 등의 생업활동이 행해진다. 이러한 일들은 농한기의 여가를 틈타 하는 일이다. 이때에는 1년 중에서 의례적 활동이 가장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대부분이 점세예축적(占歲豫祝的)인 의례로서, 11월의 동지, 1월의 설·동제·대보름이 대표적인 것이다. 이들 의례와 함께 촌락민들은 지신밟기·농악·윷놀이·줄다리기·차전놀이·답교·횃불싸움 등과 같은 놀이를 즐긴다. 이와 같은 농촌생활주기 가운데 농민들이 촌락을 단위로 크고 작은 명절로 즐기는 의례적인 활동은 모두 농업생산주기의 단락기에 끼어 있는 공간적·사회적 행동체계이다. 농촌사회의 조직은 크게 자생적 조직과 비자생적 조직으로 구분된다. 자생적 조직은 농촌사회의 속성에 따라 종류와 내용이 다양하다. 예컨대 동성(同姓)마을의 경우는 계(契)와 같은 결사체가 적은 대신에 친족조직이 강화되어 왔다. 그러나 각성(各姓)마을의 경우는 계와 같은 결사체가 많이 나타난다. 비자생적조직은 종류나 내용에서 모든 농촌사회에 보편화되어 있다. 이를테면 마을의 발전을 위한 여러 사항을 협의하기 위해 리·동의 행정단위마다 조직된 개발위원회·청년회·부녀회·4H클럽, 비영리적 협동조직인 마을금고 등이 그러한 것이다. 이러한 조직들은 근대적인 마을조직이기 때문에 <민속>이라고 할 만큼 농촌생활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농촌사회의 자생적 조직으로는 대동계(大同契)·동계(洞契)·두레·상포계(喪布契) 등의 각종 친목계와 식리계(殖利契)·수리계(水利契) 등이 있다. 근대화의 여러 측면들은 전통적인 농촌사회의 조직이나 주민들의 생활태도·가치관념 등에 커다란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특히 동성마을이나 씨족집단은 근대화에서 말미암은 혈연과 신분에 대한 가치관념의 변화와 이농현상 등에 의하여 부계혈연 중심의 지연집단적 성격을 그대로 지탱하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한편 동성마을이나 각성마을에 모두 해당되는 것으로, 자본주의 상품경제의 농촌에의 침투는 전통적인 공동체적 관행을 약화시키고 있다. 공업입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이미 절대인구가 감소되기 시작한 우리의 농촌사회는 인구의 과소지대가 되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도시로 인구를 유출시킨 농촌사회는 세계적 추세인 식량전쟁을 위해서도 발전되어야 한다. 국가적 차원의 생산 및 농촌계획이 오늘날의 새마을운동이나 취락구조 개선사업 등에서처럼, 농민의 입장에서 재인식되고 가능한 한, 농민의 생활 욕구를 채워줄 수 있도륵 점검과 수정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국가의 농업정책이 보다 농민적 관점에 입각하여야 하고, 농업을 공업에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인식·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농민 자신도 합리적으로 자신의 생활 요구를 자각하고 그 요구를 관철하기 위하여 농촌발전에 기능적으로 참가하려는 기운이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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