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프랑스 롱 티보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21)를 향한 스승 김남윤 교수(59·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의 내리사랑이 각별하다. 신현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김 교수에게 바이올린을 배웠다. 이어 전주예고 1학년 때 영재로 한예종에 입학했다.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콩쿠르나 연주회가 열릴 때마다 김 교수의 악기를 빌려야 했다. 김 교수는 신현수와 그녀의 언니인 바이올리니스트 신아라(25)를 10년 동안 무료로 레슨했다. 김 교수는 24일 “어릴 때부터 반짝반짝하며 재주를 보이는 아이들이 있는데 현수가 그랬다. 현수는 자기가 목표한 게 있으면 독하다고 할 정도로 잠 안자고 연습하는 스타일이다. 오랫동안 설명하지 않아도 금방 알아듣는 제자”라고 치켜세웠다. 15일 롱 티보 콩쿠르에서 순수 국내파인 신현수가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했던 사람도 김 교수다. 그동안 각급 국제콩쿠르에 참가했지만 신현수는 정상 일보직전에서 좌절했다. 이탈리아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2004) 3위, 시벨리우스 국제바이올린콩쿠르(2005) 3위,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2007) 5위에 그쳤다. “그동안 현수가 각종 콩쿠르에서 1위를 못하고 2,3위에 그쳐 너무 억울했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이렇게 이번에 1위를 하고 보니 여태껏 열심히 해 온 결과가 이제야 빛을 바라보는 것 같다”며 흡족해 했다. 신현수도 스승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동안 셀 수 없을 만큼 꾸중을 들었지만 이제야 스승의 큰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걸음걸이나 화장법, 옷 입는 스타일 등 여러 가지로 참 많이 혼났다. 그래서 항상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5,6년 전 파가니니 콩쿠르 출전 당시 사소한 것까지 챙겨주는 어머니처럼 따스한 선생님의 모습을 보게 됐다. 그 때서야 선생님이 따뜻한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선생님의 사랑방식도 이해하게 됐다. 감사의 마음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김 교수는 제자들을 국제콩쿠르에 내보낼 때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미미하다는 점이 아쉽다. 마스터클래스나 국제콩쿠르를 위해 해외로 나가려면 개인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박태환 선수 한 사람에게 네 명의 사람이 붙어 다니며 수영이나 식단, 수영복 등 과학적으로 분야별로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스포츠의 경우 외국 전지훈련도 지원하지만 아직 클래식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클래식 연주자들은 모든 것을 개인적으로 해야 한다. 국제콩쿠르 시즌에는 운동선수처럼 숙소를 정해 그 곳에서 먹고 자며 집중적으로 연습만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정부에서 조금만 배려를 해주기를 바란다.” 언니 신아라 역시 “집안 환경이 어떠하든 꾸준히 열심히 하면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 국제콩쿠르에 출전하는 외국 참가자들을 보면 나라에서 지원받았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참 부럽다. 클래식이라 해서 넉넉한 분들만 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힘들게 공부하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한편,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신현수는 12월 23,26일 예술의전당과 금호아트홀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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