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출신 유인촌(57)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 연극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서울 대학로 연극계는 침체돼 있다. 객석의 80% 이상이 차는 극장은 전체 100여곳 중 손으로 꼽을 정도다. 유 장관도 이같은 어려움에 공감했다. “대학로가 어렵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부처에서 대학로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정책과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일정부분에 있어서는 방안도 마련했다. 대학로를 살리는 것이 당장 오늘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해법을 찾는 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그래도 머리를 맞대보자”고 제안했다. 경찰청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을 ‘평화시위 구역’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서도 “장관 주재 회의에서 대학로는 상징적인 문화거리라 시위구역으로의 지정은 안 된다고 결론냈다. 이 같은 의견을 담은 공문을 경찰청에 보냈으며 경찰청은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온 몸으로라도 평화시위구역 지정을 막겠다”고 다짐했다. 연극인 권성덕(67)씨는 “연극배우들은 대학교에서 기본적인 교육이 가능하다. 그러나 연극 작가, 연출을 양성해내는 곳은 정말 부족하다. 연출교실, 작가교실 등을 극장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제의했다. 유 장관은 “젊은 연극인들에 대한 투자를 그 동안 안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연극 작가와 연출 등의 양성과 연극인 교육에 더 많은 투자가 가능하도록 힘쓰고 관련 프로그램도 만들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서울연극협회 박명성(45) 회장은 “내년이 서울연극제 30주년이 되는 해다. 서울연극제는 대학로 연극을 지탱해 온 축제이며 대학로에서 가장 큰 축제다. 30년 동안 공연된 작품들 중에서 가장 작품성과 흥행성이 뛰어난 아홉 작품을 선보인다. 연극을 통해 방송과 영화로 진출한 스타들도 불러들여 축제를 꾸밀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공연 기획이 대학로 공연문화 활성화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연극제는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지만 문광부가 국고 지원을 해주면 더 많은 단체들에게 후원금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민원도 냈다. 공연기획사 파파프로덕션 관계자는 대학로에서 호객하는 ‘삐끼’를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삐끼들의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삐끼들만 적절히 제어해도 대학로 관객이 늘어날 것이다. 삐끼들이 활동하는 개그쇼 ‘웃찾사’, ‘개그콘서트’ 등은 전일 매진이다. 그러나 그 이외의 연극들은 평일에는 객석의 20%도 못 채운다. 삐끼는 정상적인 시스템 내의 무엇이 아니다. 다양성은 인정하나 공정하게 공연하자는 것이다. 삐끼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유 장관은 “대학로 연극계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분명히 나아질 것이다. 오늘 들은 의견들을 참고해 당장 실현 가능한 프로그램들은 만들도록 하겠다. 내년까지 경제전망이 어둡지만 연극 현장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가용 가능한 지원금 등은 언제든지 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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