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연의 개인전이 대구시 중구 봉산동 갤러리소헌(053-426-0621)과 소헌컨템포러리 (053-253-0621) 두 곳의 전시장에서 13일까지 열린다. 2006년 대한민국청년비엔날레에서 ‘가족’이라는 작품으로 대상을 받은 작가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은 대부분 신작이다. 작가의 고향인 강릉을 배경으로 한 바다와 자연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들이다. 작가는 뒤늦게 한국화를 전공하고 10여 년간 꾸준히 인물화만을 그렸다. 특히 여성을 주제로 한 풍속인물화다. 여성을 소재로 동시대 일상의 모습을 까다로운 작업방식을 요구하는 울퉁불퉁한 한지와 요철지(한지의 일종)위에 그려낸다. 오히려 남의 얼굴과 모습 속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자화상을 완성한다. “서양화와 달리 한국화는 한 번에 색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채색 물감에 물을 섞어서 한지 위에 여러 번 같은 색을 발라줘야 한다. 나의 경우는 보통 하나의 색을 얻기 위해서 30~40번 칠하고 말리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동시에 여러 작품을 벽에 걸어놓고 작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작고 마른 몸에 팔짱을 끼고 못마땅한 얼굴로 서있는 나이든 여자는 결혼한 여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묘한 희열을 던진다. 팔과 다리, 얼굴 이목구비의 균형이 제멋대로인 여자들은 반듯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반듯해 보인다. 모피코트를 두른 여자, 한 남자를 뺏기 위해 시샘하는 여자들, 맨몸을 훤히 드러낸 채 얼굴을 다듬는 여자, 바람에 머리를 흩날리며 남자를 애태우게 만드는 여자, 놀이터에서 해맑은 꽃향기를 피워 올리는 여자아이들의 이야기가 화폭을 메운다. ‘날 잡아봐라’를 비롯해 ‘놀이터에 소녀와 고양이’ ‘소풍을 가다’ 등의 작품 속에는 강렬하고 예사롭지 않는 색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작품들이 무겁거나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이는 색과 색, 면과 면, 선과 선 사이에서 여백을 계산, 더 강렬한 여백의 미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카락 한 올도 같은 선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작가는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들의 쉽지 않은 포즈와 색감만큼이나 무수한 변신을 시도한다. 2007년 작 ‘은반의 여왕’을 그리면서 남긴 짧은 일기는 작가의 내면을 대변해주는 하나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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