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눈물을 쏙 뺀 영화 ‘약속’(1998)은 1996년 초연한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10여년 만에 연극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유오성(42)과 송선미(33)가 조직폭력배 ‘공상두’, 의사 ‘채희주’를 연기한다.
연극 극본, 영화 시나리오를 쓴 작가 이만희(63)씨가 9일 극본 탄생의 비화를 공개했다.
“10여 년 전에 조직의 보스를 만났는데, 소재를 준다고 부르더니 사람 찌르고 죽인 이야기만 실컷 이야기 하더라. 한참을 기다리다 동이 틀 무렵 진한 사랑한 적 없느냐고 물었더니 있다고 했다. 그때도 누굴 죽여 감옥행을 앞두고 있었는데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가서 4~5년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형을 살고 나와서 그녀를 예순살이 되도록 찾았는데 그녀는 없었다. 그 조폭 아직도 총각이다. 그 사람 이야기를 듣고 조직 보스, 슬픈 사랑 이야기 등을 결합해서 만든 것이 ‘돌아서서 떠나라’ 대본”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씨는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이별의 미학에 대해 말하고 싶다”며 “이별은 인생에서 수없이 겪는 과정인데도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헤어지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것 같다. 이별의 아름다움이 잘 표현 될 수 있도록 연극을 다듬고 있다”고 밝혔다.
이별의 아름다움 못지않게 신경 쓰는 것이 말의 아름다움이다. “배우들의 대사가 마치 노랫말처럼 재미있고 생생하게 살아있도록 만들었다. 감질나고 멋있는 대사들이 결국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말이다.”
유오성은 “조폭의 이미지에서 보여지는 단선적인 면 말고도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내고 헤어져야 하는 괴로움을 간직한 남성의 모습을 질감 있게 표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송선미는 “영화나 드라마를 하면서는 시간이 부족해 대사를 외워서 그대로 뱉어내는 경우가 많다. 연극 연습을 하면서는 대사 하나하나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깊게 해석하고 빠져든다. 이대로만 하면 공연 전까지 100% 완성도 있는 연극을 만들어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펑펑 울고 싶어 연극을 보러 왔다면 그렇게 만들어줄 자신 있다. 그러나 연극을 통해 그것뿐 만이 아니라 가슴 저릿한 느낌을 전해주고 싶다. 눈물이 막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슴이 시린 느낌 말이다. 그렇게 만들도록 모두 노력하고 있다.”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는 내년 1월9일부터 3월8일까지 서울 혜화동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