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나이를 먹고보니 세월이 빠르다거나 인생이 덧없다는 말이 절절해짐을 느낀다. 노년이지만 내게도 새해에 대한 설렘이 있다. 지긋지긋한 병상에서 다소나마 벗어나기를, 지인들, 나아가 지역사회만이라도 불황의 늪에서 탈출하고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배어나길 바란다. 돈 이야기가 빠질 수 없지만 내 나이쯤 되면 달관한건 아니지만 그렇게 연연하진 않고, 아는 사람 만나면 밥이라도 한 끼 나눌 수 있으면 족하고, 오래 연줄을 맺고 있는 복지시설이 넉넉해지고, 전우들 모두가 불우하다는 단어를 떼어 버렸으면 좋겠다. 한 때는 총구를 마주했던 월맹군 지도자, 베트남의 국부로 추앙받는 호치민의 평생 독신, 평생 작업복 세벌, 생활의 신조로 목민심서 72항을 보고 또 보고 실천한 청빈과 검소를 죽는 날 까지 배우고 싶을 뿐이다. 이타(利他)의 불길들이 활활 타올랐으면 좋겠고, 관료사회가 투명해지고 범죄가 없으면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DMZ 장막이 조지훈님의 시구처럼 단박에 와르르 무너져 적어도 민족끼리의 적대행위가 사라지길 고대하는 건 마음의 사치이겠지…. 새해엔 모두가 우울에서, 절망에서 탈출하자.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