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다른 정보처럼 건강의학 정보도 넘쳐나게 많아지면서 부정확한 인터넷정보에 의존해 자신의 병을 직접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사이버콘드리아’(cyberchondria)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이버콘드리아’(cyberchondria)란 인터넷 공간을 뜻하는 ‘사이버’(cyber)와 ‘건강염려증’(hypochondria)의 합성어로, 인터넷에 올라 있는 건강의학 정보를 과신하며 임의로 자가 진단과 자가 처방을 내리는 증상이다.
환자들에게 황당한 건강법을 듣게 되는 경우가 꽤 있다. 그 출처는 대부분 네티즌이 개인경험을 사이버 공간상에 올려놓은 것이 돌아다니다 ‘정설’로 굳어진 것들이다. 많은 이들이 건강에 대해서 관심이 높고, 올바른 건강법을 찾고자 하는 욕구의 반영으로 사이버콘드리아가 생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건강해질 수 있느냐”고 환자들이 질문하면 나는 건강의 적인 ‘S.O.S’를 피하라고 먼저 말해준다. S.O.S 란 스트레스(stress), 과식(overeating), 운동부족(sitting)을 가리킨다.
이 셋 중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신적 안정이라고 생각한다. 스트레스의 자극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잘못된 다른 생활습관의 교정도 무의미하다. 그래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 ‘미니 에이즈(AIDS)’라고 불린다. 에이즈(AIDS)는 신체의 면연력을 약화시켜서 다른 합병증이 생겼을 때 치명적이 되는 질병이다. 스트레스에 만성적으로 노출되어도 그와 같은 상태가 된다. 점차 인체의 자연면역력이 떨어져서 외부 자극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 관리는 어렵다. 추천할 수 있는 관리방법은 적당한 감정 표출과 적당한 휴식, 자신의 생활에 맞는 수면습관을 가지라는 것이다. 평범해 보이지만 중요한 관리법이다.
그 관리방법을 지키려면, 그래서 건강해지려면, 우리는 우리의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려면 시간의 투자도 필요하다. 일주일에 한 번이나, 한 달에 몇 번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 자신의 상황과 내면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스트레스를 물리칠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과식과 운동부족은 우리 몸의 노화를 촉진한다. 신진대사도 떨어뜨린다. 노폐물이나, 독소의 축적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몸을 녹슬게 한다. 현대의 음식들은 대부분 고칼로리일 뿐 아니라 유해환경에서 생산된 것들이 많다. 이런 음식들을 섭취함으로써 우리 몸에는 소량의 독소들이 지속적으로 쌓여간다. 그래서 ‘먹지 않으면 건강해진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하는 이들도 있다. 과식을 하고 몸의 움직임을 적게 하면 몸속의 순환이 느려져서, 결국 노폐물이나 독소가 몸 밖으로 나갈 기회가 줄어든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외부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해야 한다. 이왕 먹어야 하는 것이라면 몸에 좋은 것 위주로 먹는 것이 좋고, 그런 것을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서 몸 안의 대사 노폐물을 없애주는 것이 좋다.
몸에 독소와 노폐물이 쌓여서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노화, 산화라고 한다. 이러한 노화와 산화를 촉진시키는 물질 중 하나가 활성산소라는 것이다. 이 활성산소는 적당량이 몸에 존재할 경우 몸의 면역력에 작용하지만, 필요 이상의 과량이 있으면 오히려 우리의 몸을 공격해서 노화, 산화작용을 일으키게 한다. 이러한 활성산소를 줄여주고, 항산화작용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운동과 건강한 음식의 선택에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
항산화작용을 위해서는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서 몸에 대사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육류나 생선은 무조건 피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잘못된 상식이다. 육류나 생선의 섭취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섭취하는가가 중요하다. 육류는 지방분이 많은 부분을 제거하고 먹는 것이 좋고, 생선도 기름기를 빼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석쇠에 한 요리나 찜요리가 건강에 좋다고 하는 것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또 야채나 제철 과일, 신선한 채소류 등은 아무래도 위장관의 부담을 덜어주고, 비타민 등 필수 영양분이 많이 함유되어 건강에 좋다. 그 외에 간의 피로에 오이와 미나리가 좋고, 니코틴을 제거하는 데에는 다시마, 중금속에는 도토리묵이 좋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매일 이런 음식만 먹고 살수는 없다. 제일 좋은 음식 섭취는 음식을 먹을 때 “이 음식은 나한테 이로울 거야.” 라는 생각으로 맛있게 먹는 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운동을 할 때는 반드시 일정 정도의 강도로 일정 정도 이상의 시간을 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한다. 운동도 생활 중 일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틈틈이, 정기적으로 내 몸에 부담 없는 강도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생활한다면 더 이상 인터넷의 수많은 건강정보를 찾아 스크랩하는 수고와, 잘못된 건강정보에 현혹되는 경험을 겪지 않아도 될 것이다.
엄주현 대한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