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정부가 조만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다뤄야 할 난제 가운데 하나는 바로 경기부양이다. 아직 바닥을 모르고 계속 영향을 미치는 경제의 악순환 고리를 어디서부터 끊느냐가 관건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금융 악화를 가져왔고 이는 곧 산업전반으로 확산, 지구촌의 경제활동 모두에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냈다. 때문에 8년 만에 정권을 잡은 민주당은 하루빨리 손을 써야한다. 좀처럼 일어나기 어려운 경제를 향해 링거액을 주사하고 기력을 살릴 갖가지 정책을 취해야 한다. 자칫 머뭇거리다가는 새로운 시대이고, 새로운 가치관이고 뭐고 짓눌린 경제에 신음할 것이다. 그러다 비난만 더해지면 4년 만에 쫓겨나듯 백악관을 나서야 할 처지가 될 수도 있다. 8500억 달러 규모라고 알려졌으나 많게는 1조 달러대로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그러나 지금 상원의 41석으로 규모가 축소된 공화당이 고개를 흔들며 반대, 재빨리 처리되지는 못할 수 있어 보인다. 이미 백악관과 의회가 처리에 합의했던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은 절반을 다 썼음에도 미 경제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정권이 바뀔 때가 다 되었어도 경제는 꿈쩍을 하지 않은 채 웅크린 자세만 보인다. 민주당은 오바마 정부가 들어설 오는 20일 직후 다시 제 2의 경기부양책을 쓰려하지만 공화당의 발목잡기가 문제가 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 끝자락에서 부양책을 지지했던 공화당 진영이 오바마 정부로 넘어간 시점의 부양책에는 극구 반대하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상대당이 정권을 잡았으니 하루아침에 태도가 바뀌는, 한국식 정치이분법이 이곳에도 적용되는 걸까, 라는 호기심이 생긴다. 한국에서 정치가 '남 잘 되는 꼴' 못 보는 놀부 심보로 이뤄짐을 보아왔었는데, 미국 공화당의 수뇌부에서 점잖게 말하는 ‘부양책의 정밀검토’란 이유가 과연 갈 길이 시급한 미국 경제 살리기 상황에서 적절한지 궁금하다. 그래도 미국에서야 빨치산 조상을 국군으로 팔아먹을 만큼 후안무치에 핏줄까지 배반하는 인사가 있을까, 하는 맘이지만 그래도 겉말의 이면에는 무엇이 더 있을 것이란 생각은 지워지지 않았고 그에 대한 답은 이곳저곳에서 찾아질 듯하다. 1930년 이래 최대의 위기라고 불리는 미국의 현재 경제위기 상황에서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들어서면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위한 사회간접자본 확충 공사, 건설공사 등이 시작될 것이다. 물론 세금환급과 같은 정책도 이어질 것이지만 우선 일자리를 함께 만들어내야 할 차기 정부는 이처럼 대대적인 공공 건설과 같은 정책을 사용할 계획으로 있다. 그 가운데에는 그러나 공공정책이라고 하기엔 겸연쩍은 낯간지러운 공사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로드아일랜드 주가 신청한 480만 달러짜리 북극곰 전시관 세우기도 있고, 필라델피아시가 추진하는 1억 달러 규모의 카지노장 부지 개발공사도 있다. 또 1300만 달러 규모의 라스베이거스 환경개선 사업도 있다. 이것은 트로피카나 호텔에서 카지노로 이르는 보행로를 개선하는 공사이다. 게다가 미네소타 주에서는 유명한 스키장인 스프린트 마운틴에 필요한 눈 제조기와 유지 장비를 마련한다는 계획도 공공사업이라며 신청해두고 있다. 공사를 하면 거기에 필요한 사업자가 선정되고, 그러면 각종 공사과정에 필요한 부분마다의 전문시공업체가 달려들어 없던 일자리는 나타날 수 있을 것이나 과연 이런 사업들이 공공정책이라는 명분을 쓴 채 추진돼도 괜찮은 것인지는 납득하기 어렵다. 공화당 의원들이 말하는 반대이유인 “더 면밀히 계획안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 수긍이 되는 대목이다. 여당이 야당 되고, 야당은 여당 될 수도 있는 것이 민주주의의 장점인 것만은 틀림없으나 와중에 어느 것이 민의가 되고 어느 것이 사리사욕이 되는지 잘못하면 헷갈리게 되기 쉬운 것은 민주주의의 '작은 함정'이다. 분명한 것은 남의 눈이 쏠리면 야당이 좀 점잖게 말할 것이며, 별로 남의 눈이 걸리지 않으면 날치기판에 햄머까지 등장하는, 서부활극 같은 행동이 민의의 전당이라는 곳에서 벌어진다는 것이다. 한국 국민들의 눈은 그런 의미에서 눈도 아니라고 정치인들에게 얕봐진 셈이다. 최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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