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우리나라에서 잘 지켜지게 된 두 가지를 신기하게 생각한다. 택시를 탔을 때 안전벨트 하는 것과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계도해서 될까, 의심했던 두 가지가 하루 아침에 되는 걸 보고 "벌금이 무섭긴 무섭구나"하는 생각에 쓴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백 마디 말보다 서릿발 같은 벌금규정으로 다스리니 온 국민들이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 따랐다.
사실 그전에 택시에 탈 때는 벨트를 하고 싶어도 공연히 운전기사 눈치가 보였는데 이젠 안하면 벌금이요, 그것도 기사가 책임을 져야 하니 "내가 매주는 게 돕는 거다"하고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쓰레기분리수거는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리수거의 ‘분’짜도 안하던 사람들을 상대로 세 종류, 네 종류로 나눠 버리라 하고 재활용 쓰레기는 버리는 요일을 지정하여 갑자기 버리는 것을 무슨 행사하듯 하게 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분리수거를 하면서 한 가지 이해가 안 갔던 것은 헌 가구 같은 것을 돈 내고 버려야 하는 일이었다. 크기에 따라 수 천원짜리 딱지를 사서 붙여서 버렸는데 과거엔 고물상에서 돈 받고 가져가던 물건들을 왜 돈 써가면서 버려야 하나 싶었다. 모르긴 몰라도 재활용이 가능한 물건이니 요긴하게 쓰일 물건인데 말이다.
미국의 경우, 헌 가구는 그냥 내놓으면 적당한 날 알아서 치워간다. 재활용 물건들이 뉴욕시로선 제법 돈이 되기 때문에 길에 내놓은 물건들을 집어가는 이들을 단속하기도 한다. 그러니 한국에선 쓸 만한 물건도 돈 내고 버려야 한다는 얘기를 들려주면 이곳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른다. 버리는 것도 돈이 드니 함부로 버리지 말고 아껴 쓰라는 뜻이 들어 있는 것이리라.
그런데 물건 아껴 쓰고 나눠 쓰는 일들은 ‘거라지 세일’ ‘무빙세일’ ‘야드세일’ 해가며 버려도 안 주워 갈만한 물건들까지 사고파는 미국인들이 훨씬 앞서 가는 것 같다.
미국의 마켓에서 비닐 백을 플라스틱백이라고 부르는데 처음 와서 놀란 것은 무슨 비닐 백을 그렇게 헤프게 주느냐는 거였다. 장을 한 번 보면 보통 비닐 백 10여개는 갖고 오게 된다. 물건 한 두개마다를 새 플라스틱백에 담아주고 또 무겁고 축축하다 싶으면 이중으로 싸서 준다. 이렇게 비닐봉지를 퍼 줄 때면 문득 장바구니 없는 사람들은 비닐봉지도 돈 받고 사야 하는 한국의 마켓들이 오버랩된다.
하지만 이젠 미국도 썩지 않는 비닐봉지가 문제가 되겠다 싶은 모양이다. 올해부터 플라스틱백을 돈 받고 파는 제도를 도입하는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하기야 그간 미국사람들 쓰레기 버리는 모습을 보면 저러다 언젠가는 쓰레기에 치이지 걱정도 됐던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분리쓰레기를 강제하는 노하우를 한국이 한 수 지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창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