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용산 재개발지역에서 생계대책을 요구하며 농성하던 철거민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1명은 경찰을 피해 건물에서 뛰어내리다 숨지고 진압경찰 1명을 포함해 4명이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있네요. 오늘 이야기는 `철거`입니다. 세조 8년에 창덕궁의 후원을 넓히려고 민가 73채를 철거하는데 철거민에게는 다른 땅을 내주고 쌀 1석(石)과 보리 4석(石)의 보상물을 줍니다. 또한 승정원에 "철거민이 반드시 원망이 일어날 것이므로 못 쓰는 기와와 썩은 재목을 새것으로 보상하는 것이 어떠한가?"라고 묻자 좌부승지 김겸광(金謙光)이 현물구매가 어려우므로 대신 쌀을 지급할 것을 청합니다. 실록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요즘은 건축물을 철거하면 자재의 재활용이 거의 없지만 옛날엔 그렇지가 않았죠. 재활용이라기보다 옮긴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撤(거둘 철)`과 `去(갈 거)`로 이루어진 `철거`라는 말은 `거두어 들이다` 또는 `거두어 가다`가 본뜻입니다. 건축물이나 조형물뿐 아니라 걸거나 얹어 놓은 물건을 치우는 것도 철거라 하며, 입은 옷을 벗기는 것도 철거라 합니다. “습시(襲時)에 비로소 철거하고 새옷으로 갈아입힌다.” 주자가 지은〈가례(家禮)〉에 나오는 말입니다. 철거민들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안타깝게 희생된 고인들께 삼가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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