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여행객이 탄 유람선 침몰사고가 발생한지 사흘이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까지도 실종자 수는 19명에서 제자리를 걷고 있다. 현장에서는 최근 연이어 내린 비로 불어난 강물과 빠른 물살이 최대 패인으로 꼽힌다.한국 측 신속구조대 현장지휘관으로 작전을 총괄하는 송순근 육군대령은 이날 오후 사고 발생 지점 인근 머르기트 섬에 마련된 현장CP 브리핑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수도보다 다뉴브강의 현재 유속이 더 빠르다"고 했다.송 대령은 "세월호 사건 수습에 투입됐다가 이번 현장에도 온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여기가 더 (수색이) 어렵다"며 "바다는 썰물 때 수위도 낮아지고 유속도 줄어드는 반면 강은 유속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특히 사고 지점 인근인 머르기트 다리는 너비가 갑자기 좁아지면서 물골이 형성돼 속도가 더 빨라지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이어 "특히 제일 문제는 다뉴브강 물이 너무 탁해 안에서 앞이 잘 안 보이는 것"이라며 "거의 물 속 시야 확보가 `제로’라서 바다와 달리 들어가도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세월호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헝가리가 지난 31일 발표한 다뉴브강의 유속은 3m/s, 10~15km/h다. 한국 측이 이날 다시 잰 유속은 5~6km/h로 상당히 감소했지만 눈으로 봐도 빠른 속도로 강물이 흐르고 있다. 한국 측 소방 6명·해경 3명·해군 3명 등 2차 합동 신속대응팀과 헝가리 경찰청 소속 4명은 이날 오전부터 보트 네 대에 네 명씩 나눠 타 수상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강변의 나뭇가지 등에 걸린 실종자 시신이 있는지 헬기와 보트를 타고 눈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지난 31일 헝가리에 도착한 신속대응팀 25명은 당초 헝가리 당국과의 합동 수중수색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다뉴브강의 물살이 거세고 수중 시야확보가 어려워 오는 2일까지 수상수색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헝가리 다이버가 잠수를 시도했으나 유속 때문에 배 방향으로 오지 못하고 반대방향으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배 밑 고리에 걸려 산소통 밸브가 터지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침몰한 배 상황을 더 잘 보기 위한 작전도 진행 중이다. 피해 가족들은 선박 내 실종자가 몇 명이나 있는지 가장 궁금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령에 따르면 이를 위해 소나(sonar)와 수중드론이 동원됐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송 대령은 "소나를 통해 배의 방향이 전날 헝가리 측이 공개한 사진보다 하루새 다소 틀어졌다는 것만 확인됐다"며 "수중드론은 유속이 너무 빨라 설치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유속과 함께 이달 들어 계속해 내린 비로 불어난 강물도 작전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다뉴브강의 수심은 통상 3m를 유지한다. 그러나 최근엔 헝가리 수자원관리국 기준 5.2m, 한국 측 측정 기준 8.1m~9.3m다. 평소에는 대부분 바닥을 보여 부다페스트 시민들의 운동장으로 이용되는 머르기트 섬 강변까지 물이 들어차 있는 상황이다.송 대령은 "우리 생각보다 수심이 깊게 나오고 있다"며 "선박 내 실종자가 몇 명이 있는지 볼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강구할 계획"이라고 했다.신속대응팀은 오는 3일 오전 7시 양 당국 회의 및 수심·유속 확인을 거쳐 잠수가 가능할지 판단할 방침이다. 다만 수심과 유속이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송 대령은 "골든타임을 논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며 "유속 등을 고려하면 오는 2일까지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후에도 수색작업을 하는 동시에 오전에 실패한 수중드론 설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지난 29일 오후 9시께(한국시간 30일 오전 4시) 35명의 탑승객과 선원을 태운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뒤를 들이받은 대형 크루즈선과 충돌하면서 침몰한 이후 아직까지 한국인 19명을 포함한 21명이 실종 상태다. 전체 탑승객 중 한국인은 33명으로 파악됐다. 이 중 7명이 구조됐으나 7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구조된 7명 중 6명은 퇴원, 1명만 갈비뼈 골절로 입원 중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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