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전자’ 이야기 입니다. 오랜 옛 이야기 한편 전해 드립니다. 삼국지를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분이라도 영웅삼걸중 하나인 조조를 모르시는 분 없으실 겁니다. 조조의 아들은 조비, 조장, 조식, 조웅 이렇게 4명입니다. 장남 조비(曹丕)...흔히 장남인 조비가 조금 멍청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8살에 이미 문장을 지을 정도의 천재로 7언시의 시조이자 중국 최초의 문학비평가로 추앙 받는 인물입니다. 듣기만 하여도 머리가 아픈 논문이라는 말도 바로 이 사람이 쓴 책에서 유래합니다. 삼남인 조식은 형 조비보다 한수 위의 문장가였습니다. 무식하며 싸움만 잘하는 것처럼 알려져진 조조와 그의 아들 조비 그리고 조식은 당대의 문장가였습니다. 이른바 3조라 불렸던 인물들입니다. 조조는 늙어 기력이 쇠해지면서 자신의 왕위를 맏이인 조비보다 영특한 삼남 조식에게 물려주려합니다. 조식(曹植)...조식의 시재(詩才)는 당대의 대가들조차 흉내도 내지 못할 정도로 대단합니다. 당나라의 두보가 나오기 전까지 그는 모든 시인의 이상형 이었습니다. 조조가 이런 조식을 후계자로 삼으려고 했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장남인 조비가 왕권을 물려받게 됩니다. 조비는 왕권을 물려받고 나서부터 열등감을 느꼈던 조식을 탄압하다 못해 아예 죽이기로 마음먹습니다.어느 날 연회를 열어 조식을 청해놓고 술자리가 무르익을 때 조식에게 명합니다. "네가 그토록 시를 잘 짓는다면 내가 일곱 걸음 걷는 사이에 詩를 지어 보아라. 만약 시를 짓지 못하면 나는 너를 죽이겠다."라고 말합니다.생명이 경각에 달렸지만 조식은 태연히 시를 읊습니다. 그 유명한 칠보시(七步詩)가 바로 이때에 지은 시 입니다. 煮豆燃豆箕(자두연두기 ; 콩대를 태워서 콩을 삶으니) 豆在釜中泣(두재부중읍 ; 가마솥 속에서 콩이 우는구나本是同根生(본시동근생 ; 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건만) 相煎何太急(상전하태급 ; 어찌 이다지도 급히 삶아 대는가) 원문이 아니라 후세사람이 고쳐 쓴 시라고도 전해지는 이 시 마지막 연의 ‘煎’이 ‘끓이다’, ‘달이다’, ‘삶다’의 뜻을 가진 ‘삶을 전’입니다. 옛날에는 술을 따뜻하게 해서 마셨던 모양입니다. ‘주전자’는 한자로 ‘酒煎子’라 씁니다. ‘술을 끓이는 그릇’이라는 말입니다. ‘子’는 명사형 접미사로 탁자, 의자, 상자, 모자 등 여러 가지로 쓰이는 글자입니다. 작은 그릇을 뜻하는 ‘종지’도 ‘종자(鐘子)’가 변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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