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시세차익과 환차익을 노린 금괴 밀반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인천국제공항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금괴를 밀반출하려다 적발된 건수는 모두 50건(1,100여t)으로 시가 41억5,200만원에 달한다. 이는 한달에 4차례 꼴로 금괴 밀반출 적발 건수가 없던 2005년~2007년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재활용품 수집상인 김모씨(46)는 지난해 1월30일 낮 12시35분께 인천공항에서 중국 심양으로 출발하는 중국남방항공기를 이용, 금괴 15.2㎏(시가 4억6,000만원)을 밀수출하려다 세관 측에 적발됐다. 조사결과 김씨는 금괴 겉을 은으로 도금, 액세서리 제조용 금속으로 둔갑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가정주부 김모씨(40)는 같은해 3월12일 금괴 3kg를 복대속에 숨겨 홍콩으로 출국하려다 보안 검색요원에게 적발됐다. 또 같은해 1월22일 의류수입판매업을 하는 김모씨(58.여)가 금괴 2㎏(시가 5,000만원)을 신발 속에 숨긴 뒤 여행용 가방에 넣고 홍콩으로 출국하려다 붙잡혔다. 이와 함께 무려 14년 동안 항공사 기내서비스 용역업체 직원과 짜고 760억 원대 금괴를 밀수출입한 일당이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국제선 항공기를 이용해 금괴를 밀수한 최모씨(52) 등 2명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기내 서비스 용역업체 직원 박모씨(60)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1994년 12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인천~홍콩, 김포~홍콩 간 항공기 좌석 밑에 금괴를 숨긴 뒤 탑승객으로 가장한 운반책이 이를 빼돌리는 수법으로 모두 219차례에 걸쳐 금괴 2,640㎏(시가 766억원)을 밀수출입한 혐의다. 조사결과 최씨로부터 금괴를 넘겨받은 운반책들은 세관 통관검사 등을 피하기 위해 기내 서비스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 항공기 이륙 전 좌석 밑에 금괴를 숨기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이를 공항 밖으로 빼돌려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항세관 측은 세계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경제사정이 어려워진데다 중국 등지에서 금 수요가 급증, 한국과의 시세차가 1㎏당 최고 100여만원에 달하면서 금괴 밀반출에 나서는 내국인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자유무역지대인 홍콩은 금 15㎏까지 신고하지 않아도 반입이 가능하다는 점도 밀반출 증가에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항세관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일본인이 국내에서 금괴 1㎏를 구입한 뒤 이를 밀반출하려다 적발됐다"며 "엔화강세 등 국제 금융시장의 변화에 따라 관련 범죄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통화팽창 정책을 펼치면서 달러화의 하락세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 금값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관련 범죄 증가에 대비, 통관검색 강화와 더불어 해외공항의 협조를 구하는 등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금괴 밀반입 적발 건수는 1건(2억700만원)으로 전년도 7건(331억7700만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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