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 이제 역사의 한 부분으로 남겨졌다. 숨 가쁘게 보낸 지난 1년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지난해 말 교수신문에서는 2008년 희망의 사자성어로 ‘맑은 날의 바람과 비갠 후의 달빛’이라는 광풍제월(光風霽月)을 제시했었으나 1년이 지난 후 우리 사회는 그 희망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고 병든 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호질기의(護疾忌醫)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세계경제의 동반침체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고 특히 수도권보다 경제기반이 열악한 지역경제는 그 정도가 더 심각한 실정이다.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부동산ㆍ실물경제의 위축은 소비감소로 이어지고 민간 및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불안감은 이러한 위기의 종착역이 언제인지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겨울바람보다 더 혹독한 시련이 장기화하면서 점차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인생 자체가 고해(苦海)라는 말이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삶의 무게를 지탱하면서 살아간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판도라라는 여인이 제우스신이 준 상자를 열었을 때 그곳에서 나온 질병ㆍ재앙ㆍ아픔ㆍ미움ㆍ시기하는 마음 등으로 인간들의 고통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러나 판도라의 상자 속에 끝까지 남아 있던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희망’이었다. 희망만은 멀리 날아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지금까지도 사람들과 함께 있음을 상징하는 이야기이다. 희망은 단적으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에 불과하지만 그 생각이 개인의 앞날을 바꾸기도 하고 심지어 나라의 위상을 좌우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희망은 기적을 만들기도 한다.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 위에서 우리가 이룬 눈부신 성장은 온 국민이 함께 품었던 희망의 결과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 없는 막연한 희망은 오히려 우리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 수 있다. 희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그 희망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며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연말연시가 되면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는 말을 하지만 지금의 어려움이 발생한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 지난날의 일을 살펴 미래의 열쇠를 얻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가 필요하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이듯 현재의 어려움은 미래를 향한 징검다리다. 한 해를 보내며 지난 1년이 남긴 것들을 되짚어보며 다시 희망을 이야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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