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개막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생중계로 볼 국민들은 사실상 TV가 아닌, PC 앞에 앉아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와 IB스포츠와의 중계권료 협상이 결렬되면서, 동영상 포털 엠군이 WBC를 사실상 독점 생중계하게 됐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엑스포츠(IB스포츠의 자회사)는 시범경기를 제외한 전 경기를 3시간 지연중계하게 된다.
한국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IB스포츠는 지상파 방송사와의 중계권료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고 2일 밝혔다. IB스포츠 측은 300만 달러를 요구했으나, 지상파 방송사 측은 130만 달러를 제시해 그 격차를 좁힐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김정환 IB스포츠 부사장은 "중계권료 협상의 협의기간은 지났고 현재는 답보 상태"라며 "판매자의 입장에서 잘 되기를 바라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이 단일화 창구(KBS)를 만들어 협상을 하다보니 한 곳에서 결렬되면 모두 결렬되게 된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국민들의 불만이 높다는 것은 알지만, 우리도 영리를 추구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무료로 배포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며 "이대로 가면 지상파 방송사와의 타결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터넷 중계권을 가지고 있던 엠군이 사실상 WBC를 독점 생중계하게 됐다. 문제는 WBC와 같은 대형 국제대회를 지상파 방송이 아닌, 인터넷 동영상 업체가 유료 중계한 전례가 없다는 점이다. WBC에 대한 접근도도 자연 떨어지게 됐다.
엠군은 ▲경기 당 3,300원 ▲예선 패키지 9,900원 ▲본선 패키지 1만2,100원 ▲4강 결승 패키지 6,600원 ▲전 경기 풀패키지 2만2,000원으로 책정했다.
신동헌 엠군미디어 대표는 "안정적인 동영상 제공을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엠군 내부에서도 사실상 독점으로 생중계를 하게 되자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엠군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 협상 결렬 소식을 전해 듣고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부담을 느꼈다"며 "완벽한 영상을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WBC를 지상파 무료중계가 아닌, 인터넷 유료 중계로밖에 볼 수 없게 되자 국민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는 'IB스포츠는 WBC TV 생중계를 보장하라'는 이슈청원이 올라왔다. 현재 500여명이 서명했다. 아이디 딴따라냥이는 "생중계가 돈놀음 때문에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며 지상파 방송사들의 생중계를 요구했다.
대학생 김종석씨(25)는 "전 국민적인 관심을 모으는 큰 행사를 인터넷 유료방송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야구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 당 3,300원의 가격이 비싸다는 논란도 있다. 직장인 오혜민씨(26)는 "인터넷으로 야구 한 경기 보는데 3,300원이나 내야 한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엠군 관게자는 가격 책정에 대해 "서비스 유지비와 콘텐츠비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돼 책정됐다"며 "요즘 동영상 업계가 힘들다 보니 약간 높게 책정된 감도 없진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