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악연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아시아1위를 놓고 경합을 벌였던 한국과 일본이 불과 9일 만에 4강 길목에서 맞붙게 됐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첫 경기에서 난적 멕시코를 8-2로 물리쳤다.
앞선 4경기에서 41득점의 물오른 멕시코 타선을 2점으로 잠재운 한국은 2라운드 승자전에 진출, 두 대회 연속 준결승 진출에 한발 더 다가섰다.
준결승 진출을 목전에 둔 한국의 상대는 다름 아닌 일본. 아시아예선 2위로 2라운드에 오른 일본은 아마 최강 쿠바를 상대로 예상외의 6-0 완승을 거두며 한국의 파트너가 됐다.
초대 대회에서 6연승을 달리고도 일본에 패해 결승 진출이 무산됐던 한국은 3년 만에 미국 땅에서 설욕의 기회를 잡았다. 한국과 일본은 오는 18일 낮 12시 펫코파크에서 일전을 벌인다.
만일 일본전에서 패할 경우에도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준결승 진출이 가능하지만 완벽한 설욕과 패자부활전을 치르는 쿠바를 생각할 때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일본의 각오 역시 만만치 않다. 지난 9일 '일본 야구의 심장'인 도쿄돔에서 0-1로 패해 자존심을 구겼기에 더욱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3승1패를 기록 중인 일본은 24득점을 뽑아내며 방망이에서는 한국(5경기 34득점)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34이닝을 3실점으로 막아낸 투수진은 참가국 중 최강이라는 평가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찌감치 4강행을 확정하려는 일본은 쿠바전에서 6이닝을 소화한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를 제외한 나머지 투수를 총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과의 세 번째 맞대결이 확정되자 앞으로 얼마나 일본을 상대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블 엘리미네이션'이라는 복잡한 대회 규정상 특정 팀과의 맞대결은 최대 5번까지 가능하다.
만일 한국이 18일 경기를 가져올 경우 일본은 패자부활 2차전으로 내려앉게 된다. 이 후 일본이 쿠바-멕시코 전 승자를 꺾고 순위 결정전에 나선다면 한국과 일본은 준결승 시드 배정을 위해 4번째 대결을 펼쳐야 한다.
1조를 통과한 두 팀이 2조 팀들을 누르고 결승행에 성공한다면 단일 대회에서 무려 5번이나 대결을 갖는 전무한 기록을 남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