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54)이 중앙수비수 황재원(28. 포항)을 13개월 만에 다시 불러 들인 이유를 밝혔다. 허 감독은 23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3월 28일 이라크와의 평가전 및 4월 1일 북한과의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5차전에 나설 22명의 선수명단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허 감독은 "(황재원이)지난해 뜻하지 않은 과오로 인해 대표팀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하지만 그 과오의 진위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냥 대표팀에 불러들이지 않는 것은 유능한 선수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황재원은 지난해 2월 중국 충칭에서 열린 2008 동아시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허정무호에 승선,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 출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황재원은 미스코리아 출신 김주연이 축구협회 게시판에 "결혼을 약속했던 선수(황재원)가 낙태를 강요하며 결혼을 거부하고 만남도 피하고 있다"는 글을 남겨 구설수에 올랐다. 결국 허 감독은 충칭 현지에서 황재원과의 면담 끝에 그를 귀국시켰고, 이후 황재원은 김주연과 법정공방을 벌이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후 황재원은 소속팀 포항에서 묵묵히 리그와 컵대회 일정을 소화했고, 21경기에 출전해 1골을 기록하는 등 6강 플레이오프 진출과 FA컵 전국선수권대회 우승에 공헌했다. 또한 지난 18일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H조 2차전에서 북한대표팀 스트라이커 정대세(25)를 밀착마크, 득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자신의 기량을 과시했다. 지난해 동아시아대회를 비롯해 월드컵 3차예선과 최종예선 등 북한과의 4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무승부를 기록했던 허 감독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이번 경기를 앞두고 정대세 봉쇄를 통한 북한전 승리를 위해 황재원을 다시 불러들이기에 이르렀다. 허 감독은 황재원의 발탁이 정대세 봉쇄를 위한 포석이냐는 질문에 "북한은 그동안 정대세를 전방에 내세운 베스트11이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이정수(29. 교토), 강민수(23. 제주) 등 기존 중앙수비수들과 주전경쟁을 통해 황재원의 선발여부를 결정짓겠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이번 대표팀에는 황재원을 비롯해 이상호(21), 박현범(21), 배기종(25) 등 수원삼성 소속 선수 3명이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승선했고, 지난 해까지 대구FC에서 활약하다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어 유럽진출을 타전했으나 둥지를 찾지 못한 이근호가 이름을 올렸다. 허 감독은 수원 출신 3인방의 발탁 배경에 대해 "박현범은 공수연결과 공을 다루는데 우수하고, 이상호는 상대 수비진을 흔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배기종은 문전 골찬스에서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재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근호가 아직 소속팀을 찾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며 "계속 연락을 취해왔고 어제 (이근호가)귀국한 뒤 만났다"며 "(이근호가)개인훈련을 계속 해왔지만 실전감각이 좀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28일 이라크전을 통해 북한전 출전여부를 가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이라크전에서는 북한전에서의 최상 조합을 찾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북한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우리도 그에 못지 않다. 우리가 얼마만큼 경기를 풀어가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북한이 지난 4차례 맞대결에서 펼쳐보인 밀집수비의 공략 문제에 대해 "(밀집수비 공략은) 상당히 까다로운 문제다. 비슷한 전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수비위주로 나서는 팀을 상대하다보면 경기가 잘 안풀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적잖은 고민이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는 "여지껏 4번을 비겼고 이번 경기에서도 승부를 장담할 수는 없다"며 "이번 북한전이 월드컵 본선진출을 위한 중요한 고비인 것을 선수들도 잘 알 것이다. 90분 간 끈질기게 경기를 풀어간다면 반드시 찬스는 올 것이다"며 승점 3점 획득을 위한 경기를 펼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밖에 허 감독은 최근 미국 LA에서 펼쳐지고 있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야구대표팀이 결승전에 오른 것에 대해 "어려운 시국에 (야구대표팀이)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하지만 야구와 축구는 별개다"며 "축구대표팀도 국민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한편, 허정무호는 오는 26일 낮 12시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모여 소집훈련을 가진 뒤, 이라크와의 평가전 및 북한과의 최종예선 5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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