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부탁이 온종일 휴대폰을 울린다. 4년제 대학 졸업생들이 부모까지 동원하면서 취업전쟁을 방불케 한다. ‘알바 할 곳이 없나요? 일할 만한 곳 찾아봐 줬으면 좋겠어요.” 여름방학을 맞아 요즈음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 위해 큰 관심을 가질때인데 난데 없이 대학 졸업생들의 ‘알바 타령’이 그치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한 `대졸백수’들이 궁여지책으로 용돈이나 생활비를 벌어야할 처지 때문이다. 최악의 경제난 속에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경기침체로 신규투자가 줄어들면서 신입사원 채용폭도 크게 감소해 젊은이들은 그야말로 갈곳을 잃었다. 포털 알바천국이 내놓은 최근 5개월간 인터넷 홈페이지에 등록된 아르바이트 구직현황을 보면 이같은 현실을 실감케한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구직신청자 13만여건 중 4년제 대학 졸업자가 2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전년 같은기간(9.93%)보다 무려 20%포인트가 증가했다. 조사기간 마지막달인 지난 5월 한 달간 신규 등록된 아르바이트 구직자는 4년제 대졸자가 지난해보다 72%가 늘었고 대학원 재학 이상도 41% 증가해 고학력자의 심각한 취업난을 방증한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큰 문제다. 기업들의 하반기 채용이 다소 풀릴지라도 정규직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 상당기간 고학력자들이 알바시장에 내몰리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 때문에 20~30대 청년 취업난은 갈수록 심각할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최근 한국은행과 통계청 조사에서 1~5월중 20~30대 취업자는 평균 962만 3,000명으로 전년동기(994만 5,000명)대비 32만 2,000명이 줄었다. 이는 전년동기 감소폭인 7만 4,200명의 4.4배이며 1~5월 기준으로는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9년(-41만8,800명) 이후 최대 수준을 보였다. 여기에 올 3분기 중에는 구조조정 등으로 전체 취업자 수가 약 25만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최악의 실업난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어깨를 짓누른다. 젊은 층의 취업난을 걱정한 것은 잠재성장률의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이다. 학창시절 원대하게 품었던 ‘청운의 꿈’이 현실 앞에 물거품이 되면서 다가올 좌절감은 또다른 사회문제가 야기된다는 이유에서다.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펼쳐야 할 젊은 층이 기업과 사회로부터 외면받아 일자리를 얻지 못한다면 경제적 손실은 물론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젊은층 미취업자에 대한 정부의 각별한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일자리를 가진 젊은 층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대졸초임이 대기업은 162만원, 중소기업은 90만원이 감소하고 200여개의 공공기관 신입사원 초임도 일제히 줄었다. 이래저래 젊은이들의 고충이 클 따름이다. 젊은층 취업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경기회복과 경제 성장에 달려 있다. 하지만 경기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린다면 국가발전 원동력이 될 젊은층을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으며 그 사이 또 다른 부작용이 초래될 우려가 크다. 요즈음 인턴 채용과 사회서비스 등 연계를 통한 일자리 창출 정책이 잇따라 나오지만 사후관리 등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불평도 곳곳에서 쏟아져 나온다. 정부가 정책을 입안해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후관리가 누수를 줄인다는 점을 인식하고 좀 더 귀 기울여 문제점을 사전에 보완해 나가야할 것이다.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걱정될 일 아니지만 그때까지 정부는 젊은 층 일자리 문제를 재인식해 비상탈출구를 찾는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가는 것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드는데 일맥상통한 일이 아닌가 싶다. ‘청운의 꿈’을 안고 사회에 진출하려는 젊은이들 가슴에 ‘꿈’이 살아 숨쉰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편집국장 하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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