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글날을 맞아 광화문광장에서는 세종대왕 동상 제막식이, 대학로 예술극장에서는 한글 창제를 소재로 한 연극‘누가 왕의 학사를 죽였나’이 지난달 26일부터 절찬리에 공연 중이다.
올해는 최초의 한글 수출이 이루어진 뜻 깊은 해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 부톤 섬의 지역 토착어를 표기할 공식 문자로 한글이 채택된 것은 한글의 우수성이 이뤄낸 문화적 영토 확장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시대 어느 마당이건, 새로운 문명을 낳고 새 문화를 창조하는 것은 당대의 깨우친 사람들이 죽을 힘을 다해 어둠을 뚫고 나간 결과이다.
위대한 문화유산에는 사람들의 고통과 눈물, 희생과 좌절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우리 역사 오천년 동안에는 수많은 문화사적 업적이 이루어져 왔다. 오천년 우리문화사 가운데에서도 기념비적인 업적이라면 많은 이들이 조선 세종조의 ‘한글창제’를 꼽을 것이다.
세계사를 둘러봐도 왕조가 일반 백성들의 편의를 위해 문자를 창제한 사례는 없다. 지배계층은 일반 백성이 문맹이어야 다루기 편하다고 믿는다.
때문에 지배계층은 문자를 독점하는 것으로 그들의 신분을 차별화한다. 그런데 왕조시대의 절대 권력인 왕과 왕의 학사들이 나서서 온 나라 백성이 쉽게 익히고 널리 쓸 수 있는 문자를 만들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글 창제는 우리 문화사의 혁명이나 다름없다. 강력한 반대세력인 지배계층의 포위에 휩싸여 숱한 좌절 끝에 이뤄낸 문자혁명인 것이다.
그러므로 한글 창제의 과정에는 고뇌와 탐색만이 있는게 아니라, 그 결실을 무너뜨리려는 반대세력의 집요한 음모와 테러가 있다. 그 투쟁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한글의 생명력에 새삼 놀란다. 하마터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질 뻔한 축복이다.
연극‘누가 왕의 학사를 죽였나’는 한글날에 즈음해 한글창제 과정을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과 그 의미를 쉽고 재미있는 역사극으로 보여주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이 공연의 제작자인 독립극장 원영애 대표는 말하고 있다.
이러한 공연들을 통해 초·중·고 학생은 물론 우리 국민들 더 나아가 전 세계인들에게 한글의 우수성은 물론 한글창제의 의미, 세종대왕의 업적 등을 알리는 한글 홍보의 새로운 기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