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54)의 전술 실험이 기존 주전 공격진 구도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까? 허 감독이 1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질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기존 4-4-2 포메이션에서 벗어난 새로운 전술을 펼칠 것으로 보여 그 효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해외파와 K-리거가 모두 소집된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허 감독은 11대11 연습경기를 진행하며 선수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기존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진행하던 허 감독은 잠시 경기를 멈춘 뒤 4-2-3-1 포메이션으로 위치를 변경, 경기를 재개했다. 허 감독은 훈련 뒤 취재진과 만나 "경기 중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며 "현재 팀 구성상 측면 자원이 나쁘지 않은 만큼 (변화는)고려해볼만 하다"고 전술변화 시도 배경을 설명하며 그동안 고수해왔던 투톱 시스템의 변화를 예고했다. 허 감독은 2007년 12월 대표팀 사령탑에 취임한 이후 4-4-2 포메이션을 고집해왔다. 전임자인 핌 베어벡 감독은 4-3-3 포메이션을 구사해왔으나, 허 감독은 2008년 1월 30일 부임 후 처음으로 치른 A매치(국제경기)인 칠레와의 평가전(0-2패) 이후 과감히 원톱 시스템을 버리고 투톱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후 허 감독은 중국 충칭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1승2무의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3차예선 한때 고전했으나 최종예선에서 4승4무 승점 20점으로 B조 1위에 오르는 호성적으로 월드컵 7회 연속 본선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했다. 허 감독은 3차예선과 최종예선 사이 치른 평가전에서 원톱 시스템을 간간이 테스트했으나, 공식전에서는 투톱 시스템을 사용했다. 연습경기 포진에 따르면, 투톱의 한 축을 담당해왔던 박주영(24. AS모나코)이 최전방에 서고,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중앙에서 2선 공격수 역할을 하게 된다. 양쪽 측면에는 설기현(30. 풀럼)과 이청용(21. 볼턴 원더러스)이 나섰다. 김정우(27. 성남)와 기성용(20. 서울)은 나란히 수비형 미드필더로 서며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했다. 이날 훈련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허정무호의 전술변화에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현재 대표팀 구성에 비춰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술이라는 점과 기존 전술이 어느 정도 노출된 가운데 새로운 무기의 필요성에 부합한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 과정에서 새로운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원톱의 정점인 스트라이커 자리는 박주영과 이동국(30. 전북)의 맞대결이 점쳐진다. 박주영은 그동안 이근호(24. 주빌로 이와타) 또는 이동국과 투톱으로 호흡을 맞춰왔지만, 원톱으로 서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박주영은 올 시즌 더욱 가벼워진 움직임과 뛰어난 골 감각으로 모나코 및 리그1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스트라이커로서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K-리그 서울 시절과 현재 활약 중인 프랑스 리그1의 모나코에서도 줄곧 투톱으로 최전방에 섰던 점을 감안하면 원톱으로서의 활약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경쟁자 이동국은 원톱 시스템 도입 조짐이 반갑다. 베어벡 감독 지도 하에 출전했던 2007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도 최전방 원톱 역할을 담당했던 이동국은 올 시즌 전북현대 부동의 원톱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동국은 전북에서 원톱으로 나서 최태욱(28), 에닝요(24) 등 출중한 측면 공격수들의 지원 속에 27경기에서 18골을 쓸어담는 등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박주영, 이근호, 설기현, 이동국으로 구성된 이번 대표팀 공격수 구성상 원톱에 가장 최적화된 스트라이커는 이동국이 꼽힌다. 그러나 아시안컵이라는 국제무대에서 원톱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고, 최근 전북에서의 득점행진도 다소 주춤한 점 등이 다소 걸린다. 2선 공격진 자리는 측면에서의 경쟁이 보다 뜨거워질 전망이다. 맨유에서도 측면에서 2선 침투 및 공격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의 절대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설기현과 이청용, 이근호, 염기훈(26. 울산)이 앞으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하지만 수비수로 대표팀에 합류한 차두리(29. SC프라이부르크)가 전직인 오른쪽 측면 공격수 경험을 바탕으로 아직도 활약이 가능하다는 점을 볼때, 경쟁은 보다 뜨거워질 전망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도 기성용, 김정우 외에 `원조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32. 빗셀고베)과 조원희(26. 위건 애슬레틱)가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대에서의 성공을 위해 허 감독은 팔을 걷어붙였다. 변화를 통한 주전경쟁 2막을 여는 계기가 될 세네갈전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오는 14일 열리는 세네갈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12일 오후 파주 NFC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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