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닌자 어쌔신’으로 할리우드 주연 배우가 된 가수 비(27·정지훈)는 자신감에 충만하다. “영화 속에는 팝스타 비도, 인간 정지훈도 없었다”는 만족스러운 소감이다. 정지훈의 할리우드 데뷔작 ‘스피드 레이서’ 연출을 맡은 워쇼스키 형제와의 인연은 닌자어쌔신으로 이어진다. 워쇼스키 형제는 자신이 제작하는 닌자 영화 주인공으로 정지훈을 다시 불러냈다. “팝스타 비는 잊어라. 인간 정지훈은 잊어라. 이제부터 격투기 선수고, 당신은 정말 킬러다”는 주문이었다. 정지훈은 “팬들이 나를 좋아했던 이미지, 상상했던 것과 다른 매력을 볼 수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나조차도 이 영화를 봤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아니어서 굉장히 만족했다. 단 한 장면도 가수로서의 비나 실질적인 정지훈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던 것 같다”는 자평이다. 전작 스피드레이서의 흥행 부진으로 위축되지는 않았을까. 단독 주연작 닌자어쌔신에 거는 기대는 곧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정지훈에게 실패란 없다. 성공은 성공이되,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정지훈은 “그게(스피드레이서) 박스오피스 1위 하고 엄청난 반향 일으킬 줄 알았지만, 기대 이하였던 것은 분명했던 것 같다”면서도 “뭐든지 기본이 필요했다고 생각했다. 너무 빨리 올라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할리우드에 정지훈이란 이름을 알린 것만으로도 좋았다”고 위안했다. 워쇼스키 형제, 조엘 실버란 이름만으로 정지훈은 든든하다. “할리우드에 있는 프로듀서, 감독들이 나를 알게 됐다. 흥행이 되던 안 되든 할리우드 안에서 이름을 많이 알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일단 만족스럽다. 닌자어쌔신을 계기로 할리우드 제작자, 감독들도 자신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 다음에 좋은 소식을 다른 영화로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의 원천이다. “반응이 좋다면 아마 후속작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워쇼스키와의 만남은 그야말로 머리가 번쩍했던 순간이었다. 박진영을 만난 것, 워쇼스키가 닌자 암살자로 캐스팅한 순간을 인생에 세 번 온다는 기회로 꼽는 정지훈. “이걸 못 지켜낸다면 큰일 날 것 같았다”는 마음가짐은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정말 이 앙 물고 죽기 살기로 했다. 스턴트도 크게 다칠 것 같지 않는 이상 90% 이상 내가 다 했던 것 같다. 몸을 가볍게 만들려 노력했고, 몸의 체지방을 다 빼야 했었다”는 고통의 순간들을 인내했다. “정말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아시아로 돌아가서 열심히 콘서트하고 드라마 찍고,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수없이 질문을 던졌던 것 같다.” 온갖 시련들을 자존심 하나로 버텼다. “근성이 없다. 네가 제일 못 한다”는 평가를 받을 때마다 독기를 품었다. “나를 의도적으로 진실이 아닌 왜곡된 사실을 적은 기사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되뇄다. 보여드리겠다고.” 그리고 “이게(닌자어쌔신) 안 되도 첫술에 배부르랴 생각하고, 분명 이것도 내게는 하나의 도전일 것이고, 얻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는 긍정의 자기위로로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흥행에 상관없이 닌자어쌔신은 내게 기본이 되는 영화일 것”이라는 의미부여다. “열 번을 하거나 스무 번을 하면 언젠가 박스오피스 1위 하는 날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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