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과 강원 강릉 지역 등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형 산불이 지난 4일부터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과 강원 강릉~동해 산불로 6개 지역에서 산불이 진행 중이고 그 외 강원 영월, 부산 금정, 경기 안산, 대구 달성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동해안 산불로 인해 6일 오전 11시까지 1만4천222ha의 산림 피해가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여의도 면적이 49개가량 모인 규모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울진 388개, 강릉 12개, 동해 63개 등 463개 시설이 소실되는 피해를 보았다. 산불이 마을을 위협하면서 4천663세대 7천374명이 긴급 대피 중이다. 소방 당국을 비롯,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국 곳곳에서 진행 중인 산불을 총력을 기울여 진화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한 산불이 급속히 확산하고 여태껏 꺼지지 않는 데는 가뭄과 강풍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태헌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 차장은 "50년 만에 온 최악의 겨울 가뭄으로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어 진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양간지풍`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이라고 불리는 국지적으로 부는 강한 바람이 산불 확산에 에너지 공급원 역할을 했다. 이번 울진·삼척 산불의 큰 고비였던 5일 오전 4∼6시 사이 울진 온정면과 삼척 원덕읍 월천리 일대에는 각각 초속 21.5m와 초속 15.2m의 강풍이 몰아쳤다. 양간지풍은 산불 확산 속도를 올릴 뿐만 아니라 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도 일으킨다.   이번 울진·삼척 산불도 강풍을 타고 최초 발화지점인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도 경계를 넘어 삼척 원덕읍 월천리 일대까지 확산, LNG 생산기지를 위협하기까지 4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또한 역설적으로 풍부한 산림과 함께 송진 등 인화력이 강하고 내화성이 약한 소나무 단순림은 동해안 대형산불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더욱이 수시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데다 연무 및 거미줄 같은 송전선도 소방헬기들의 진화 작업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울진·삼척 산불은 특히 원자력발전소와 LNG 생산기지를 한때 위협해 자칫하면 대규모 피해로 인한 국가안보 차원의 이슈로까지 번질 뻔했다. 과거 2000년 4월에 고성, 삼척, 경북 울진까지 백두대간 2만3천913㏊가 불에 타는 등 동해안 지역에서는 봄철 대형 산불이 발생해왔다. 더욱이 지난 10년간 산불 발생의 59.1%가 3~5월에 집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부터 산불 발생 건수가 더 많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당국은 당장의 산불 진화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장차 봄철 동해안 지역의 산불에 대비하기 위한 장기적, 근본적 대책 마련을 검토하기 바란다. 이와 함께 이번 동해안 대형산불 원인이 방화와 담뱃불 실화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산불 범죄 관리 체계에 대한 근본적 전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당국은 이 또한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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