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 때 2008년 금융위기때 수준인 1300원을 돌파했다. 미국의 긴축행보와 경기둔화 우려에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화 실탄`인 외환보유액도 줄고 있는 만큼, 다음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에 나서는 등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3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부터 1300원을 넘었다. 전 거래일(1297.3원) 보다 1.7원 오른 1299.0원에 거래를 시작해 전날 기록한 연고점(1297.9원)을 경신하더니 장 중 1302.9원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00원을 돌파한 것은 2009년 7월 14일(고가 기준 1303.0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이 1300원 고점을 돌파한 후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구두개입성 발언이 나오면서 다시 1290원대로 내려갔다. 이후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오전 11시 50분 현재 1300.8원에 거래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정부는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 등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필요하면 시장 안정 노력과 시장 내 수급불균형 완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환율이 급등한 것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를 선호하는 심리가 커진 영향이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외환당국은 올 들어 3월 7일, 4월 25일, 6월 13일 등 세 차례나 공식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약발이 듣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외환당국은 시장 내 심리적 과민반응 등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날 구두 개입은 이례적으로 김성욱 기재부 국제금융국장과 김현기 한은 국제국장 명의라는 점을 명시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약발이 듣지 않는 데 대해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전세계적으로 원화 뿐 아니라 다른 통화들도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원화만 유독 다른 요인으로 약세를 보이는 게 아닌 글로벌 한 현상이라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화 가치가 급락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로서는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빨리 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아직 미국과 금리 역전이 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데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을 내놔도 시장이 신뢰를 안 해 먹히지 않는 것 같다"며 "외환보유액도 줄고 있는 상황에서 외화를 계속 매도 하는 것은 위험하고, 지금으로서는 한은 금통위가 다음달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단행해 원화 약세를 막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빅스텝을 한다고 해도 다음달 미국이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 한미 금리가 역전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빅스텝으로 원화 약세 기조가 멈춰질지는 우려스럽지만 더 대응이 어려워 지기 전에 통화정책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