狐假虎威(호가호위)는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威勢)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뜻으로, 남의 세력(勢力)을 빌어 위세(威勢)를 부린다는 것이다. 전국 시대 중국의 남쪽 초나라에 소해휼(昭奚恤)이라는 재상(宰相)이 있었다고 한다. 북방의 나라들은 모두 이 소해휼을 몹시 두려워하고 있었다. 초나라의 실권을 그가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나라 선왕(宣王)은 북방의 나라들이 왜 소해휼을 두려워 하는지 이상하게 여겼다. 어느 날 강을(江乙)이라는 신하에게 물어보자 강을이 대답했다. "전하,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호랑이가 여우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그러자 잡아 먹히게 된 여우가 말했습니다. `잠깐 기다리게나. 이번에 나는 천제(天帝)로부터 백수의 왕에 임명되었네. 만일 나를 잡아먹으면 천제의 명령을 어긴 것이 되어 천벌을 받을 것이야. 내 말이 거짓말이라 생각하거든 나를 따라와 봐. 나를 보면 어떤 놈이라도 두려워서 달아날 테니.` 여우의 말을 듣고 호랑이는 그 뒤를 따라갔습니다. 과연 만나는 짐승마다 모두 달아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짐승들은 여우의 뒤에 있는 호랑이를 보고 달아난 것이지만, 호랑이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북방의 제국들이 소해휼을 두려워하는 것은 이와 같습니다. 실은 소해휼의 배후에 있는 초나라의 군세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국책(戰國策)의 초책(楚策)에 나오는 글이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바뀐 선거법에 따라 내일부터 광역단체장을 비롯한 교육감 후보 출마예정자들의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사실상 선거전에 돌입하는 것이다. 예비후보 등록자들의 선거운동의 폭을 크게 확대한 개정선거법에 따라 6·2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이 예비후보 등록을 서두르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이후 주민들을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이전보다 훨씬 확대됐기 때문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2일부터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등 광역단체장과 시·도교육감 후보들을 대상으로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선거사무소 개설과 유급 사무원 선임, 홍보물 발송, 명함 배부, 어깨띠 착용 , 인터넷 홈페이지 이용, 공약집 판매(단체장 가능) 등이 가능해진다. 특히, 선거사무소 개설과 유급 사무원 선임은 시·도지사·교육감은 5명, 기초단체장· 도의원 3명, 기초의원 2명을 각각 선임 할 수 있다고 한다. 합법적으로 주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만큼 2월2일부터 사실상 선거전이 시작된 것이다. 6·2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이 가장 소중하게 지켜야 할 덕목이 있다. 바로 국민을, 유권자를 주인으로 섬기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정치인들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 구두선(口頭禪)에 머문 것이다.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절대 권력을 앞세워 호가호위하는 위인들이 넘쳐난다. 이제 이를 심판해야 할 것이다. 선거철마다 나타나는 `국민을 위한 선정을 펼치겠다`는 입에 발린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자들을 단죄해야 한다. 세상사에는 절대 선(善)도, 절대 악(惡)도 없다.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늘 공존한다.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선택할 때 칼로 무 베듯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게 어렵다. 이 쪽 저 쪽을 다 보고 상대적으로 더 나은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보통 이렇게 세상을 살아간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세상을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한쪽 눈을 감고 세상을 본다. 그런 외눈박이 시각을 국민에게 강요까지 한다. 잘못된 선거로 인해 피해를 입는 쪽은 늘 국민, 유권자이다. 이번 6·2 지방선거를 통해 호가호위하는 인물을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선거혁명인 것이다. 소중한 한 표를 통해 제대로 된 지역 대변자를 선출해야 할 것이다. 최병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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