捲土重來(권토중래)는 흙먼지를 날리며 다시 온다는 뜻으로, 한 번 실패(失敗)에 굴하지 않고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며 패한 자가 세력(勢力)을 되찾아 다시 쳐들어 온다는 것이다. 고대 중국의 초한 전쟁 말기 초패왕 항우가 한왕 유방에게 패한 후 오강에 이르렀을 때 권토중래의 일화가 탄생하게 된다. 한왕 유방(劉邦)과 펼친 `운명과 흥망을 건 한판 승부(乾坤一擲)`에서 패한 항우는 오강으로 도망가 정장(亭長)으로부터 "고향인 강동(江東)으로 돌아가 재기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러나 항우는 "8년 전 강동의 8천여 자제와 함께 떠난 내가 `지금 혼자 무슨 면목으로 강을 건너 강동으로 돌아가(無面 江東)` 부형을 대할 것인가"라며 파란 만장한 31년의 생애를 마쳤던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 두목의 시 제오강정에 나오는 글이다. 6·2 지방선거가 지난 2일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예비후보를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지난 4일 경남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고 한다. 이번 선거를 겨냥한 전직 의원들의 시·도지사 출마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전직 의원의 출마선언이 뭐 그리 문제인가 싶겠지만, 당내 사정은 녹녹치 않다. 지난 18대 총선 때 친박(親朴)계의 대거 낙천(落薦)으로 인한 `공천 파동`의 장본인으로 이 전 총장이 지목받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 전 총장의 ‘권토중래’를 탐탁찮게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탓에 경남도지사 선거 열기가 다른 지역에 비해 벌써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경남지사 선거전에 강병기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이 예비후보 등록을 한데 이어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장관도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중앙선관위를 비롯한 각 지방 선거관리위원회도 이런 열기를 감지한 듯 설과 대보름을 전후한 사전선거운동을 막기 위한 예방활동과 함께 집중 단속을 벌일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선관위는 이 기간 동안 선거법을 몰라 위반하는 사례가 없도록 입후보예정자 등을 직접 찾아가거나 공문을 통해 적극적인 예방활동을 전개하고, 정치인들의 참석이 예상되는 행사 현장을 돌면서 행사 주관자와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선거법위반 사례와 50배 과태료 제도 등을 안내하기로 했다. 여기서 결코 간과해선 안 될 것 들이 있다.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고비용 지방선거 개선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자살한 오근섭 양산시장의 비리 관련 수사 발표가 바로 그런 사례의 하나다. 울산지방검찰청에 따르면, 오 시장은 선거 빚으로 얻은 62억원에 대한 채무상환 요구에 시달리다 24억원의 뇌물을 받고 산업단지 구획을 변경하고 정보를 흘렸다고 한다. 선거판이 벌어질 때마다 지역내 토착세력들을 중심으로 이합집산도 벌어진다. 오 시장은 당선 이후 부동산업자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24억원의 뇌물을 받았다. 이들은 270억원대 땅을 매입해 1천억원대의 이익을 남기려 했다. 선거 자체가 지역내 세력들이 한몫 잡는 기회로 전락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민선 4기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 36명이 비리로 물러났다. 16년이나 훌쩍 지났지만, 우리나라의 지자체 선거는 제자리를 못 찾고 계속 비리만 키워가고 있다. 경주지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지역 내에서 청렴하고 정직하게 일할 수 있는 인사를 뽑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논의하고 문제를 하나하나 바로 잡아가기 위해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권토중래’를 꾀하는 세력들이 도처에 넘쳐 난다. 이를 반드시 주민들의 손으로 가려내야 한다. 과거의 잘못된 행태를 망각한 채 ‘권토중래’하려는 정치인들이 다시는 이 땅에 설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병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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