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맏형 이규혁(32. 서울시청)이 '4전 5기' 신화 달성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이규혁은 16일(한국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치몬드 오벌에서 열린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500m에서 올림픽 메달에 5번째로 도전했으나 1, 2차 레이스 합계 70초48을 기록, 15위에 머물러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규혁의 올림픽 메달을 향한 도전은 길고 길었다. 유년 시절부터 '빙속 신동'으로 불렸던 이규혁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스케이트를 처음 접했다. 이규혁은 13세 때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며 국내 빙상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사실 이규혁의 자질은 타고 났다. 이규혁의 아버지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 대표 출신인 이익환씨(64), 또, 어머니는 피겨 국가대표 출신이자 한국 피겨계의 '대모'인 이인숙(54)씨다. 따라서 이규혁은 어렸을 적부터 자연스럽게 스케이트를 신었고, 남보다 뛰어난 '유전적인 요인'으로 정상급 스케이터의 길을 걸었다. 지난 1992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한 이규혁은 1996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500m 주니어 세계신기록으로 세우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각종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입상한 이규혁은 성인대회에서도 세계 정상급 스케이터로서 면모를 뽐냈다. 그러나 이규혁은 올림픽 만큼은 유독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16살이었던 지난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 국가대표로 나서 본격적인 올림픽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경험 부족으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후 확실한 메달 기대주라는 평가속에 출전한 1998년 나가노 대회부터 2006토리노 대회까지 3개 대회 연속 노메달에 그쳤다. 토리노 대회를 마치고 은퇴의 유혹을 받은 이규혁이었지만 '올림픽 메달'이라는 꿈을 위해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스케이트 끈을 동여맸고, 2007년 1월 열린 세계스프린터선수권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제 2의 전성기를 열었다. 이규혁은 이번 대회에서 만큼은 '올림픽 한(恨)'을 풀고 대망의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그리고, 그만큼 신중했다. 메달 욕심에 대해서도 "내 마음 속의 메달 색은 하나 뿐"이라며 금메달이라는 구체적인 언급조차 피했다. 이규혁은 올림픽을 앞둔 2009~2010시즌 월드컵 대회에서 자신의 주종목인 1000m 뿐 아니라 500m에서도 압도적인 성적을 내며 올림픽 메달 꿈을 부풀렸다. 그는 월드컵 4차 캘거리 대회 500m 2차 레이스에서 2009-2010시즌 첫 금메달을 따냈고, 이어 열린 5차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는 500m 1, 2차 레이스에서도 모두 우승을 차지, 물 오른 기량을 과시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이규혁은 지독한 불운에 무릎을 꿇었다. 이규혁의 몫이라고 생각됐던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의 영광도 후배 모태범(21. 한국체대)에게 내줬다. 아직 끝나지는 않았다. 이규혁은 또 다른 주종목 1000m에서 4전5기의 신화를 이루기 위해 나선다. 그의 도전은 18일 다시 한 번 펼쳐진다. 사진=16일 오후(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2차 경기에서 이규혁이 경기를 마친 후 기록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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