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신문이 영남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부문의 중견 작가들을 만나 그들의 작품 성향과 작품 활동 상을 알아본다.예술은 기술, 감정, 문화 및 상상력이 독특하게 혼합된 것이다. 모든 예술운동은 역사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제공한다. 이에 떡잎 때부터 재능을 가감없이 발휘, 주위 분들을 놀라게 한 한 작가를 만났다. 중학교 담임 선생님이 칭찬했던 경남 밀양 출신의 박강미 화가다.◆ 150여호가 사는 집성촌에서 자란 박 작가 박강미 작가는 동네 모두가 일가인 마을에서 자랐다.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고 큰소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당산과 지나가던 사람들이 쉬어가던 소나무숲, 비가 올때만 흘러가는 화봉내, 항상 맑은 물이 흘러가는 큰 내, 학교 가는길 큰 신작로와 산밑 작은 오솔길은 온갖 들꽃들이 계절마다 피고 봄이면 진달래가 온 산을 물들이고, 모내기 때 울어대던 개구리 소리, 소쩍새 소리, 온갖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역사가 오래된 동네이다 보니 오래된 고목과 고택에 대한 추억이 많다. 아버지는 영어 선생님이시지만 동네 서당 훈장님이셨던 할아버지에게 한학을 공부하셨기에 동네에 혼사가 있을 때나 글을 짓고 쓸 일이 많아 집에는 먹과 종이가 늘 있었다.그리고 먹 가는 일은 항상 박 작가의 몫이었다. 먹이 좋고 자연을 소재로 삼아 그리는 일은 이런 것들이 원천이 되지 않았나 싶다. ◆ 그림을 그리게 된 동기는? 어렸을 때부터 그리는 것을 좋아해 중학교 때도 미술반에서 활동했다. 고등학교 들어가서 미술시간에 정밀묘사를 하는데 화실다니는 친구들 그림은 놔두고 선생님께서 박 작가의 작품을 뽑아서 칭찬했다. 그것이 계기가 돼 어머니를 졸라 아버지에게 허락을 받아서 본격적으로 미술공부를 시작했다.◆ 왜 한국화를 선택하게 되었나? 미술학과에 진학할 때에는 데생과 수채화로 입시를 봤기 때문에 1, 2학년을 마치고 전공을 선택할 때 한국화에 대해서는 기초가 없었다. 망설이고 있을 때 홍익대학을 나오신 한국화 교수님의 특강을 듣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한국화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기 때문에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말에 감동돼 아무것도 모른채 한국화를 선택했다. 실기시간은 채색화 위주의 교육이었지만 교수님 두 분이 산수화를 잘 그리는 분이라 박 작가의 먹에 대한 향수를 소환해 냈다. ◆ 다양한 필묵이 구사되는 수묵작업. 먹이 가지는 색은 단순한 검은색이 아니었다. 먹색은 심오하고 존재의 근원적인 실재를 상징하고 모든 색을 포함하는 색이다. 여러 단계 먹의 농담과 발묵 안개 어린 산자락으로 공간감을 표현하고 여러 가지 준법으로 바위나 산, 나무들의 질감을 표현하고 자연을 묘사하는 방법은 가슴 벅찬 감동으로 와 닿았다.   기초부터 열심히 했지만 먹은 빠른 시일에 되는게 아니었다. 먹이 좋기는 하지만 자연스레 채색 위주의 작품을 하게 됐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먹을 맘껏 잘해 보고 싶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 키우면서 얼마 동안 그림을 하기 어려웠다. 졸업하며 붓을 놓지 말라는 교수님의 당부가 가슴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렵게 그림공부 한 딸이 그림을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우셨던지 어머니께서도 늘상 그림하고 있는지 확인했다.딸이 훌륭한 화가가 되기를 기대하시는 어머니와 제자가 붓을 놓지 않고 화가의 길을 가기를 바라시는 교수님 두 분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웠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조금 시간이 여유로워졌을 때 먹으로 구도와 기법에서 산수를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싶은 선생님을 만나 다시 수묵에 전념하게 됐다. 학창시설 겪어 봐서 급하게 마음 먹지 않고 느긋하게 먹과 같이하고 있다. ◆ 박 작가의 그림 소재는?박 작가는 그림 소재가 자연이다 보니 시간이 날 때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동하는 자연의 계절과 시간이 주는 감동의 순간을 기대하며 여행을 자주 떠난다. 길을 가다 산세가 빼어난 곳을 가면 정자를 만나게 된다. 경치가 좋은 곳 풍광이 빼어난 곳에 정자가 없다면 멀리서 바라보는 경치가 조금은 밋밋하다. 정자가 있으므로 비로소 거기에 가 있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본인이 그 정자안에서 경치를 보는것 처럼 느끼게 된다. 옛 어른들이 시를 짓고 자연과 벗을 하며 여유를 즐겼던 것처럼, 박 작가도 그 옛날의 선비가 돼 여유로워진다. 그래서 여행 중에 정자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정자가 있는 곳은 그 산중, 그 계곡 제일의 경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거센 비바람이 몰아쳐도 묵묵히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 오래된 나무에서 느끼는 경외심 편안함 여유로움 그리움이 있다. 오랜 세월을 담고 있는 그 거칠고 울퉁불퉁한 나무의 표면은 까슬한 먹붓터치로 표현하기 알맞은 재료다.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그 찬란함, 그 여린 연두빛에서 짙은 녹음으로 변화해 가을 단풍으로 변화무쌍한 잎들을 보며 자연이 만들어낸 우리가 흉내낼 수 없는 색감에서 벅찬 감동을 느낀다. 또 겨울나무는 모든 욕심을 내려놓은 구도자와도 같은 의연한 모습에서 가만히 있는 듯 하지만 끊임없이 다음 해 화려하게 잎을 피울 준비를 하는 모습이 덕을 지닌 선비의 모습과도 같은 고고함이 있다.자연은 변함없이 박 작가에게 편안함과 감동을 선사한다. 계곡의 맑은 물소리와 바람소리, 고즈넉한 산사와 포근한 산자락, 자연에서 느낀 감동이 사라지기전에 형상과 더불어 보이지 않는 기운까지 화폭에 담으려 애쓴다. 그리고 수묵화는 예술로는 물론지만 우리의 문화자산으로써도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 왜 산수를 선택했나? 학창시절 고산준령의 안개가 피어나는 교수님의 산수를 보고 마음이 설레었던 기억이 있다. 언젠가는 먹을 잘 다뤄보고 싶었다. 화선지에 펼쳐지는 다양한 붓의 흔적과 먹의 농담에서 오는 미세한 먹색의 차이와 변화에 매료됐다.사실적인 묘사를 넘어 정신적인것까지 표현하려는 수묵의 정신세계도 박 작가에게 와닿았다. 그래서 자연, 즉 산수를 좋아한 것 같다. ◆ 박 작가는? 박 작가는 수성아트피아 등 개인전 4회, 대구문화예술회관 묵원전, 창원 성산아트홀 동행전, 수성문화원 갤러리 수성에서 대구환경미술협회전, 구미박정희체육관에서 대한민국 중견작가 특별전 등 다양한 장소에서 전시를 했다.또 대구시 미술대전 특선 입선, 신라미술대전 우수상, 특선 입선, 영남 미술대전 장려상, 특선 입선 등의 수상경력과 대구미술대전, 신조형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했다.또한, 박 화가는 영남미술대전, 성산미술대전, 신조형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미협, 교육미협, 대구미술협회 이사, 달성군 여성문화복지센터 한국화 강사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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