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무역 적자가 무려 근 1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8월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늘었으나 수입이 28.2% 폭증해 결과적으로 95억 7천만 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가 무역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최대다.   지난 4월부터 5개월째 적자인데 이 또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누적 적자도 247억 2천3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올해 연간 적자가 사상 처음으로 5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무역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를 고려할 때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무역 적자가 계속되면 그 부담이 금융 부문으로 전이해 국가 경제 전체가 초대형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더 큰 걱정은 이런 상황이 주로 대외 변수에 의해 조성된 것이어서 대응 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수출입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마주한 위기의 실체가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우선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 수지가 수교 30년 만에 처음으로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원자재를 값싸게 들여와 완제품을 비싸게 파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중국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한국 제품의 매력이 그만큼 떨어졌고, 오히려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 중국산 원자재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부상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으나 내용을 보면 과연 지금 상황을 위기로 느끼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대중 수출 감소, 반도체 가격 하락, 에너지 가격 고공 행진을 3대 무역 리스크로 꼽은 것을 보면 상황 인식은 대체로 맞는 것 같은데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수출 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무역금융을 공급하고 물류·해외인증·마케팅 등의 수출 활동을 지원하며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보증 한도를 높인다는 등 하나같이 때마다 나오는 틀에 박힌 대책들뿐이다.   민관 합동 수출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가동하겠다는 총리 주재의 `무역투자전략회의`는 그나마 첫 회의를 다음 달에야 연다고 한다. 재정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예산을 통한 소비 진작도 한계에 봉착했다. 지금까지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이 정설이었으나 이것도 과거의 일이 됐다. 고환율은 수입 원자재 가격만 더 올렸고, 수출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의 통화 가치는 원화보다 더 떨어졌다. 3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는 여러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합쳐져 초대형 복합위기로 발전하는 `퍼펙트스톰`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는데도 정부의 대응은 굼뜨기만 하다. 외부 요인에서 기인한 위기라고 하지만 그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다. 특별한 상황에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특단의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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