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8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영국·미국·캐나다 등 3개국을 방문한다. 윤 대통령은 1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에 참석한 뒤 미국으로 가 제77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한다. 윤 대통령의 해외 방문은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이어 두 번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과 유엔 총회와 같은 초대형 외교 이벤트는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입장을 알릴 좋은 기회이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평화 구축을 위한 각국의 연대와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강조하고 북한 비핵화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순방의 계기가 된 영국의 국장과 유엔 총회보다 더 관심이 가는 일정은 유엔 총회 중에 열리는 한미, 한일 정상회담이다. 좋든 싫든 국제사회의 블록화로 한미일 3각 동맹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과는 한국산 전기차 차별, 일본과는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라는 굵직한 현안까지 있는 만큼 회담 전략을 치밀하게 준비하길 바란다.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2019년 12월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6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처음 얼굴을 맞댔고 이후 한미일 3국 정상회담, A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담 등에도 자리를 함께했으나 별도 회담은 갖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대일 관계 개선 의지가 확고하고, 기시다 총리 역시 온건파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도 그동안 회담이 성사되지 못한 것은 양국의 국내 정치적 요인도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강제 동원 해법에 관한 논의가 정상 차원에서 확정할 수 있을 정도까지 진척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도 최종적인 해법이 나올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엉뚱한 주장이 나올 경우 강제 동원 문제 해결의 대원칙을 제시하는 선에서 회담을 마무리하고 실무 차원에서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회담은 양국 최고위 차원에서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는 만큼 너무 서두르지는 말아야 한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우리의 입장을 강하게 개진해 실질적 결과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양국이 가치 동맹이나 공급망 동맹의 결속력을 높여가는 과정에서, 또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잇따르는 가운데 돌출한 매우 이질적인 조치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동맹의 가치와 신뢰에 반하는 IRA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윤 대통령 귀국 후인 오는 29일 방한하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의 만남 역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약화한 한미 동맹의 복원을 약속한 윤석열 정부가 구체적 성과로 실력을 입증하길 기대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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