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할 때마다 강을 마주한다. 흐르는 강물이 우리들에게 일깨워주는 것들이 많다는 것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를 읽고 부터이다.  누가 이 책을 성장소설이라 했을까? 육십 나이에 읽는 `싯다르타`는 최근에 읽은 최고의 책이었다. 흔히 구도 소설은 재미가 없다고 하는데 `싯다르타`는 그렇지 않다. 헤르만 헤세 때문일까?  고타마 싯다르타는 붓다의 어릴 적 이름이지만 소설 속 고타마와 싯다르타는 서로 다른 인물로 나온다. 친구 사이인 둘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길을 나서지만 서로 다른 길을 택한다.  고타마가 기존의 수행의 길을 가는 것과 달리 싯다르타는 기생을 사랑하고 아이를 낳고, 장사꾼에게 돈과 권력을 배운다.  세속의 많은 사람을 만나고 부대끼며 방황을 거듭하다 마침내 강가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책 속에는 뱃사공 바수데바가 말하는 강물에 대한 멋진 문장들로 가득하다.  `강물은 흐르고 또 흐르고 끊임없이 흘러가지만 언제나 그곳에 존재하며 매 순간 같은 강물이면서 새로운 강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강물 속에는 왕의 소리, 전사의 소리, 황소의 소리, 밤새의 소리, 아이 낳는 여인의 소리, 탄식하는 자의 소리, 그밖에도 수천 수만 가지 삼라만상의 모든 소리들이 들어있다`, `이 강물을! 이 강물 곁에 머물러라! 이 강물로부터 배워라! 강물은 수많은 비밀을 알고 있다`, `강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우리는 모든 것을 강물로부터 배울 수 있다`라고 말하는 뱃사공 바수데바로부터 싯다르타는 많은 것을 느꼈다. 싯다르타에게 강은 스승이었다.  실제 헤세는 이 소설을 쓰다가 2부 강가에서라는 분야에서 집필을 중단해야만 했다. 카를 구스타프 융에게 정신분석 치료를 받은 다음 다시 쓸 수 있었다.  체험 부족, 슬럼프 등 여러 가지 원인을 들 수 있겠으나, 깨달음의 세계에 이르는 부분에서 꽉 막혀버렸던 것은 그만큼 이 소설에 대한 온 힘으로 전력투구한 반증이 아닐까? 일종의 빙의 현상 같은 것이었을까?  소설은 1부 4장, 2부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두고 붓다의 가르침의 기본이 되는 사성제(四聖諦)와 팔정도(八正道)로 해석하기도 한다.  `모든 죄는 이미 그 속에 은총을 품고 있고, 모든 어린이는 이미 그들 안에 노인을 품고 있고, 모든 젖먹이는 이미 그 안에 죽음을 품고 있고, 모든 죽어가는 것은 이미 그들 안에 영원한 생명을 품고 있다` 라고 헤세는 표현했다.  선과 악, 즐거움과 고통 그리고 생과 사를 따로 보지 않고 하나로 보았다. 모든 존재의 단일성, 즉 범아일여의 세계로 보고 있다.  일찍이 헤르만 헤세의 소설을 접해왔지만, 서양인의 시각으로 이렇게 자연스럽게 무리 없이 편안하게 쓸 수 있을까?  인도에서의 생활을 경험한 가족들의 영향을 받았고 헤세 자신도 인도 여행과 불교 공부를 좀 하였다지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심오한 불교 철학과사상을 서양인이 이렇게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을까?  싯다르타에게는 깨달음과 구도에 이르는 길이었지만, 오늘날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자기성찰과 자아 찾기가 먼저일 것이다.  소설 `싯다르타`를 두고 헤르만 헤세의 영혼의 전기라고 일컫는다. 그만큼 헤세 자신의 문학과 사상이 농축된 책이라 할 수 있다.  1946년 이 책은 헤세에게 괴테 상과 노벨문학상의 영광을 안겨주었다. 영혼을 맑게 해주는 책이라고 자부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 몸속으로 흘러드는 싯다르타의 강물 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 매 순간 같은 강물이면서 새로운 강물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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