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방한해 네옴시티 건설 등을 위한 300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아랍에미리트(UAE)도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맞춰 우리나라에 대한 300억 달러 투자를 발표했다.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UAE 국부펀드가 주도해 에너지, 원전, 수소, 태양광, 방산 등 분야의 한국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윤 대통령의 방문 기간에 40여 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된다. 중동의 대표적 부국인 사우디, UAE 등과의 교류 확대는 성장 동력 부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윤 대통령이 새해 첫 순방국으로 UAE를 선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 대통령은 순방 출발 전 "모든 일정을 경제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한 무함마드 대통령이 맞는 첫 외국 국빈이기도 하다. 상대에 대한 양국의 기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새 성장 엔진이 필요한 우리에게는 UAE가 기회의 땅이다.  세계 8위의 산유국이자 중동의 제2 경제 대국인 UAE는 `석유 이후 시대`에 대비한 미래 산업 기반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고, 불안한 중동 정세 때문에 국방력 강화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UAE가 이런 상황을 함께 헤쳐나갈 파트너로 우리나라를 지목한 것이다. UAE는 관련 분야에서 확인된 우리 기업들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높이 사고 있다고 한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원자력·에너지·투자·방위산업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신산업·보건의료·우주개발·문화교류까지 포괄적인 협력을 할 방침이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중동에서 제2의 도약을 꿈꿀 수 있게 된 배경은 무함마드 대통령의 말처럼 `신뢰`가 결정적이다. UAE의 우호적 태도는 1970년대 중동 건설 붐 당시 우리 기업과 근로자들의 성실성, 그리고 2009년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0여 년간 보여준 성과가 근저에 자리 잡고 있다. 이전 문재인 정부도 국내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때 성사된 바라카 원전 건설 계약을 착실히 이행했다.  윤 대통령은 무함마드 대통령에게 "신뢰를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향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꼭 실천해야 할 덕목이다. 큰 틀에서 기회의 장이 열린 만큼 관련 부처와 기업들도 실질적 성과를 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번 순방에서 체결된 MOU들이 최종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꼼꼼히 준비하고 계약 체결 후에는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오일 머니`는 과거에도 한강의 기적을 이끈 원동력 중 하나였다. 제2의 중동 붐이 올해 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측되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되길 기대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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