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끝나고 한해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때쯤이면 사람들은 지나간 날들을 뒤돌아보거나 다가올 날을 위해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이제껏 가만히 있다가 연말연시만 되면 습관적으로 생겨나고 반응을 하는 걸까?  지나간 시간에 대해 `나 참 잘 살았다 정말로 열심히 살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반대로 아쉽고 후회스러운 시간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연말의 각종 송년 모임과 새해맞이 해돋이와 각종 신년행사로 부산스러움을 반복하며 살고 있다. 이보다는 참회의 시간을 갖는 모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는 일은 진정한 참회의 시간을 통해서 가능하고 가장 쉬운 지름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 없는 삶을 산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보통은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르며 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의 참회록을 통해 자신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음 좋겠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참회록`,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을 세계 3대 참회록으로 꼽는다. 출판사에 따라, 역자에 따라 참회록 또는 고백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참회록`을 들 수 있다. 톨스토이는 그의 대표작 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마무리할 무렵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으며 삶의 회의에 빠져들어 자살 이외에 길이 없다고 결심했던 내적 고뇌 끝에 참회록을 쓰기 시작했다.  전쟁에 나가서 많은 사람을 죽였고, 남을 죽이기 위해 결투를 신청했고, 도박으로 재산을 크게 잃었으며, 사람들을 속였고 절도와 폭력, 음행 등 세상의 죄란 죄다 저지르며 살아왔음을 참회록에서 적나라하게 밝혔다. 나름의 칭찬 받으며 성공을 거두었다 할 수 있는 문학과 예술 또한 삶의 장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가치 있는 삶이란 `농민의 땀 흘리는 삶`이라고 주장했다. 농촌과 농민으로 다가간 그를 두고 `톨스토이즘`이라는 용어로 불렀다. 톨스토이는 참회록을 쓴 4년 뒤에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인생론`을 집필했다.  아우구스티누스 아우렐리우스는 성 어거스틴(St. Augustinus, 354-430)으로 불린다. 그는 마니교에 심취한 이교 행위, 거짓말과 도둑질, 여자 없이는 살 수 없었던 정욕과 간음 등 방탕한 젊은 날의 삶을 살다가 가장 위대한 성인의 자리에 올랐다.  자신에 대한 인기와 존경심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고백록`을 출간해서 스스로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했다. 일반적인 신앙 간증이 아닌 사적 고백의 글을 43세에 썼고 이후 34년이나 더 살았다. 그의 책은 당대 또는 후대인 오늘날까지 미친 영향이 크다.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할 고전이다.  현대 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진 `사회계약론`과 `자연으로 돌아가자` 며 자연주의 교육을 주장한 혁신적 교육소설 `에밀`로 유명한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이 있다.  사후에 출판된 책은 유서같은 느낌마저 든다. `나는 여기서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고 아무것도 자랑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지난날 잘못에 대해 여과 없이 고백하였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도둑 누명을 덮여 씌웠고, 오래도록 뒷바라지해 준 사람을 배신했고, 다섯 자녀를 고아원에 보낸 잘못을 솔직하게 고백하였다.  그리고 루소는 일명 바바리맨이자 성도착자이기도 했다. 멸시와 냉대, 정부와 교회로부터의 탄압, 망명과 도피자로 떠돌며 보헤미안적 삶을 살았지만, 그의 저서들은 오늘날 사회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톨스토이, 아우구스티누스, 루소 이들의 진심 어린 용기와 참회로 태어난 참회록을 읽어보면 좋겠다. 잘못하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큰 사고가 발생해도 내 탓이요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성과물에 대해서는 다 자기 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텅 빈 공터에 요란한 나팔소리 같은 정치인들의 자서전 속 치적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슬픔이 커지는 연말이다.  연말에는 한해를 돌아다보며 참회록을 쓰는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는 않았을까? 나 때문에 누군가가 피해 본 사람은 없을까?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뉘우침 뒤에 깨우침이 온다고 했던가 참회를 통한 자기성찰로 세상이 환해졌으면 좋겠다. 윤동주 시인의 시 `참회록`이 떠오르는 추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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