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최강의 한파가 엄습했다. 설 연휴를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25일 추위는 절정에 달했다. 기상청 기록에 근거하면 이날 서울 일 최저기온은 영하 17.3도다. 1904년부터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7도 이하로 내려간 사례는 24~25일 포함해 173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들어선 총 9일로 열흘이 채 안 된다.  경기도 대부분 지역은 영하 20도 안팎으로 떨어졌다. 최남단 마라도조차 기온이 영하 2.9도를 기록하면서 최저 체감기온은 영하 9.8도까지 내려갔다. 이례적인 한파가 찾아오며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25일 오전 기준 계량기 동파 건수는 지난 23일 이후 140건으로 늘었다. 한랭 질환 등으로 사망 사고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설 또는 강풍 등을 동반한 한파특보가 지역별로 이번 주중 지속할 것이란 기상 예보가 나와 있다. 경제 한파에 더해 민생고에 대한 우려는 커진다.  최강의 한파 속에 이른바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고 호소하는 가구가 속출하고 있다. 강추위로 이번 달 난방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이달 서울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1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9.69원으로 전년 동기(14.22원) 대비 38.4% 올랐다. 도시가스 요금은 난방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가 도매요금을 책정하고 각 시도가 공급 비용을 고려해 소매 요금을 결정하는 체계다.  지난해 LNG 수입액은 사상 최대치였다. 이로 인해 가스 도매요금은 주택용을 기준으로 4차례에 걸쳐 5.47원 올라 지난 1년 새 인상률이 42.3%에 달했다. 지역난방 요금 역시 크게 올랐다. 여기에다 전기요금 등 여타 공공요금도 속속 오르면서 일반 가정이 부담하는 관리비가 급등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난방비를 비롯한 관리비 부담이 전년 대비 배가량 증가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 2분기에도 가스요금 인상이 사실상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고물가와 고금리 등 양상이 지속하는 가운데 설 연휴를 지나며 난방비 급등 문제가 민생 문제의 화두로 등장하는 모양새다. 25일 정치권에선 난방비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을 놓고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들어 공공요금이 급등했다며 정권 책임론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에서 가스요금 인상을 억누르고, 탈원전 정책을 펼친 탓이라고 반박했다.  주요 공공요금의 상승 배경에는 국제 에너지 수급 문제나 글로벌 경제의 불투명성 등 다양한 대내외적인 악재가 자리 잡고 있다고 봐야 한다. 난방비 상승 등 문제가 여야 간 책임 소재를 둘러싼 한낱 공방의 소재로 전락해선 안 될 일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취약계층 등을 중심으로 하루빨리 실효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정부와 정치권은 가용한 예산과 함께 세제 등 정책적 대안을 강구해 나가는 데 선제적으로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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