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에서 들어오는 AC는 교번전류를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60Hz AC는 일 초에 전류의 방향이 60회나 바뀐다는 것인데, 거기다가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마치 파도처럼 마루(피크치)와 골(최저치)이 있고 그 값을 평균한 것이 220V라는 얘기다.  그러니까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전자기기의 전류와 전압은 평탄할수록 유리한 것인데, 일 초에 60회나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방향까지 바뀌는 전력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발전소인데, 화력발전소이든 수력이든 원자력이든 간에 모든 발전소는 대개 특정지역에 건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원거리 송전을 위해서는 승압(昇壓)과 강압(降壓)이 용이한 AC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도선 속의 전자들은 움직이는 자기(磁氣)에 의해 펌핑됨으로 AC 전기란 전기가 흐르는 코일의 권선 수 비율만으로 쉽게 변압(變壓)이 가능하지만, 일정한 방향을 향해 지속적으로 흐르는 DC 전기로는 움직이는 자기(磁氣)를 만들 수 없고, 때문에 승압되지 않은 전기를 가느다란 도선으로 장거리 송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발전소에서 출발하는 전기는 수 십만 볼트의 전압을 가지지만, 변전소를 거쳐 우리 가정에 도달할 때의 전압은,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220볼트 정도가 된다. 그런데 AC 전기를 정류(定流)하지 않고 그대로 쓸 수 있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음으로, 그 외 여러 가지 전기문명의 이기(利器)를 쓰기 위해서는 가전기기가 요구하는 전압(보통 수 십 볼트 이하)으로 전압을 다운시킨 후 다시 정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데, 그러한 역할을 하는 도구가 다름 아닌 `어댑터`라는 물건이다.  일반인들은 대개 `무슨 소리야? 돼지코를 닮은 220V 콘센트에 연결하기만 하면 되던데`라고 할는지 모르지만, 대다수의 가전기기들은 어댑터가 미리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가전기기에 DC 전기가 소용되는지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만일에 태양전지의 효율이 대단히 높아지거나 혹은 연료전지의 실용화가 이루어지는 등으로 자가(自家) 발전시대가 도래한다면, 모든 가전기기가 DC용으로 바뀌면서 배터리가 우리 생활을 지배하게 되리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제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인간이 만든 모든 사물이 지능(AI)을 가지며 초 연결 통신망에 의해 제어되고 연동할 뿐만 아니라 자율행동도 하게 된다. 따라서 가장 양질의 동력원이면서 정보 통신 매개의 바탕인 DC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배터리 관련 기술이야말로 미래 산업의 트랜드이자 국가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발전(發電)과 부하(負荷)는 늘 실시간 폐회로 상에 놓여 있어야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에너지 체인으로는 모바일 문명에 대응하기가 어렵고, 이제 에너지 저장장치가 바로 미래 문명의 견인차가 아닌가?  수 만년 아니 수 십만년 동안 지표면 식물이 탄소동화작용으로 만들어 내는 탄소를 유일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던 인류는 최근 들어 불과 수 백년 사이에 지난 수 억년간 지하에 퇴적된 화석연료를 고갈시키고 AC 전력을 동력으로 써 왔으나 이제 고갈되지 않을 에너지를 찾고 있으며 본격적인 DC 전력 시대를 열려 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태양광 등으로 만들어지는 DC 전력을 다시 AC로 인버팅 하는 과정을 거쳐 원거리 송전하는 것은 대단히 비효율적이며, 차라리 생산된 DC 전력으로 그 자리에서 수소를 생산하여 저장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청정한 무공해 에너지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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