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00년간 존속돼 온 옛이야기 위에 새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는 경주시 교동.    그 교동에는 조선시대 후기 최부잣집이 이거해 자리 잡으면서 격동의 근현대사 중심에서 청빈과 부자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해온 경주를 대표하는 명문가 최부잣집이 있다.   최부잣집이 추구해온 지역 상생의 정신과 경영 철학을 이어온 가문이 경주의 자산을 매개로 새로운 문화적 경작을 모색하며 ‘하우스 오브 초이’를 통해 변신하고 있다.   바로, 문화 사업을 통해 경주의 가치를 가시화하고 미래세대와 소통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경주 최부잣집의 새로운 이름인 ‘하우스 오브 초이(HOUSE OF CHOI, 대표 최재용)’가 그 중심에 있는 것이다.   최부자의 후손인 최재용 대표가 이끄는 하우스 오브 초이는 1779년 경주 교동에 터를 잡고 250여 년간 지역민과의 상생, 독립운동, 사학설립과 기부 등으로 지역 사회와 공존해 온 경주 최부잣집의 역사와 유산을 기반으로 경주의 위상과 가치를 재조명하는 일련의 프로젝트와 로컬 비즈니스를 총칭한다. 최 대표는 교동의 한 가운데서 ‘쏟아질 듯한 문화의 현장’들을 보고 자라며 쌓인 안목을 ‘더 늦기 전 바로 지금 만들어 두어야 한다’며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실천하고 있었다.    최부자 정신이 오늘에까지 이어 살아 숨 쉬는 집에서 그는 시종 ‘경주다움’과 ‘경주’를 이야기하며 미래 세대와 공유할 비전을 강조했다.-“오늘의 경주다움을 고민하고 그 가치를 미래 세대에 전한다” ‘하우스 오브 초이’는 오늘의 경주다움을 고민하고 그 가치를 미래 세대에 전하겠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선조들이 물려준 상징적 장소를 개조하는 데 이어, 경주 유무형의 자원을 활용한 다채로운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기까지에는 최재용 대표가 이끄는 하우스 오브 초이 팀원들의 깊은 고심과 노력이 있었다. 최 대표는 “하우스 오브 초이는 저희 집안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고 배경으로서의 역사나 전통이 켜켜이 레이어로 쌓인 것을 이어, 지금부터 쌓아나가야 미래의 경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투트랙으로 진행되며 두 조직 모두 경주 최부잣집의 정신에 근거한 지향점을 목표로 활동하며 유기적으로 연결돼 작동하고 있다. 먼저, ㈜하우스 오브 초이를 통해서는 경주다움에 관한 콘텐츠를 사업화하는 로컬 비즈니스 사업을, (재)하우스 오브 초이를 통해서는 지역성에 대한 연구와 리서치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경주의 문화적 자산과 가치를 보전하고 계승하면서 사람들의 마음과 일상을 윤택하게 하는 문화적 삶의 지속 가능성을 지지해나갈 것을 천명하고 있다. 지역 자산과 특산을 매개로 관련 콘텐츠 기획 및 프로젝트 제안, 경주다움을 발견하고 새로운 지역 발전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랩 가동, 경주의 문화적 가치 창출을 위한 제반 활동 등을 지원한다. -“모든 저희 제품에는 경주 재료를 100% 활용해서 경주를 이야기합니다” 하우스 오브 초이는 가문이 이어온 전통 가치와 생활 미의식을 다음 미래 세대와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오랜 시간 품과 노력을 들여 대대적 리뉴얼 작업을 진행해왔다.   작은 것부터 경주를 지속적으로 스며들도록 노력하고 있는 하우스 오브 초이는 표정 있는 생활의 복원을 위해 경주의 향, 멋, 이야기가 담긴 다양함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는데 Cafe EYST 1779, 대몽재 1779, 요석궁 1779 등이 그것이다.   경주 최부잣집 12대 문파(汶坡) 최준 선생의 동생 계파(桂坡) 최윤 선생의 가족은 교동에서 ‘요석궁’이라 일컫던 식당을 운영했고 1970년대 국빈이나 해외 바이어들이 찾는 곳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이후 20여 년 운영되지 않다가 2004년부터 최윤 선생의 후손인 최재용 대표가 합류해 크고 작은 리노베이션을 통해 ‘요석궁 바로 세우기’를 진행한 것에서 교동 최부자 일가의 혁신은 시작됐다.   절기마다 순응한 제철 재료로 맛을 낸 시절식과 최부잣집 내림 음식을 재해석한 ‘요석궁 1779’의 한식 다이닝 시절식(時節食)은 한식을 바탕으로 절기에 순응한 식재료로 음식 맛을 극대화한다. 지역 상생 정신을 반영한 경주 최부잣집 내림 음식과 경상도 지역의 풍미를 적용한 음식을 계승해 선보이고 있다.    고색하고 우아한 한옥과 사계절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덤이다. 요석궁의 음식 하나, 그릇 하나에도 경주의 식재료와 경주의 도자 문화와 접목해 풀어내기 위한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다.   또 경주 교동 최부잣집의 비법을 지닌 가양주로 교동 법주와 함께 비주(秘酒)로 손꼽히고 있는 ‘대몽재 1779’는 신라 토기를 베이스로 디자인하고 경주 평동에서 직접 경작한 찹쌀만으로 전통 방식의 저온숙성으로 매월 300병씩 한정 생산한다.   이 밖에도 경주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를 선보이는 ‘카페 이스트’, 소나무 이끼 정원을 담은 경주의 은은한 향까지, 경주의 맛과 멋, 격을 전하고 있는 하우스 오브 초이는 ‘경주에서 왔고 경주를 이야기하며 경주의 재료’라는 도시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한다. -하우스 오브 초이, 문화적 역량이 높은 이들이 반복적으로 경주 찾도록 기본 베이스 갖추는 역할   하우스 오브 초이는 미래 세대의 호응을 얻기 위해 경주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이들의 역량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 대표는 “경주 재료와 경주의 역사나 전통에 대해 다루는 작가들을 물색 중이다. 경주를 어떻게 해석해서 어떻게 표현해 줄 것이냐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들을 찾는 것이다. 또 경주의 향토사학자와 문화예술계 작가들이 포진한 네트워크를 통해 경주문화의 정수를 뽑아내려 한다. 그러기 위해선 경주민들이 먼저 경주 로컬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해부터는 단순히 출토된 유물로 경주를 문화도시라고 이야기하는 것에서, 경주가 문화인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서포트 하는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문화관광부 등에서 주관하는 행사나 아트페어를 찾아다니며 주류로 편입이 가능한 수준의 작가 중, 경주에 대한 소재를 전통적으로 풀어줄 작가를 발굴해 선정한다. 그들과의 직접 미팅을 통해 전시 기획, 아트 상품화, 제품 판매까지를 진행한다. 이른바 ‘작품’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올해 전시할 작가는 이미 선정이 끝난 상태다”   그 노력들의 일환으로 4~5월경, 교동에서 첫 번째 전시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이 작업을 하기 위해 문화적 역량이 높은 이들을 경주로 초대했고 경주 숙박, 상품 판매, 음식 등 업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그들이 반복적으로 경주를 찾도록 기본 베이스를 갖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경주는 ‘고향 같은 곳, 쉴 수 있는 곳,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시민과 함께 인식하고 가꾸는 노력 할 것”   “저력있는 향토사학자나 문인 등이 존재하지만, 다음 세대를 키워내지 못하는 것에 주목했다. 그러니 ‘경주’라는 로컬 브랜드를 이해하고 ‘경주’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지금부터 키워놔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 대표는 경주에 대한 자료 중 일제가 남긴 1940년대 자료 이외에도 가치 높은 자료를 남기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부터라도 그 지층을 쌓아 문화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사명감을 비쳤다.   그래서 능과 유물, 박물관으로 대변되는 콘텐츠 이외에도 경주가 가진 무궁한 자산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인재도 계속 양성할 예정이다. 전문가를 외부에서 불러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주 안에서 키워내는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렇게 앞장설 수밖에 없는 것에는 마지막 세대인 저희가 구축해놓지 않으면 다음 세대가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절박함 때문이다”   최 대표는 “‘요석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하우스 오브 초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기본적 가치를 지켜낼 것이다. 예전에는 경주 최부자라는 타이틀을 가지면 사람들이 한 번 더 관심을 가지고 볼 수 있는 시기였고 지금은 최부자라는 타이틀을 베이스로 안착시켜놓고 경주라는 도시 브랜드를 내세우는 시기”라며 어디를 가든 경주의 가장 좋은 것들, 경주가 가지고 있는 것들, 경주가 품고 있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낸다고 했다.   “문화도시로서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경주는 사람들을 품을 수 있는 ‘고향 같은 곳, 쉴 수 있는 곳,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는 따뜻한 이미지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택시 기사분들에서 경주시민까지 기본적 이해를 바탕으로, 마인드의 전환이 필요하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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