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는 그 자체로도 대단히 효율 높은 연소 물질이지만, 산소와 반응시키면 물(水)로 바뀌면서 동시에 다량의 전자를 내 놓는다. 이 때 전자의 흐름이 곧 전류라는 것은 이미 주지된 바와 같기에, 여기서 더 이상 수소연료전지에 대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근래 방사능 물질을 핵분열시킬 때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를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력발전을 놓고 말들이 많지만, 불과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농업국 이었던 우리나라가 급격히 공업화되면서, 급증하기 시작한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시작한 것이 반드시 잘못된 선택이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핵분열은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주기도 하지만, 강렬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유독한 물질을 동시에 배출한다는 것이 문제이며, 또 원자로가 어떤 천재지변이나 인재에 의해 관리가 잘못되었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파국적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그것이 반핵 운동의 이유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지금 당장 핵분열 발전을 중단시키면 우리는 안전한가인데, 내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도 않다는 얘기다. 즉, 한 번 원자력 발전을 시작한 나라들은 이미 배출된 고준위 폐기물(폐연료봉)들을 안전하게 처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마치 안전핀을 잃어버린 수류탄을 들고 있는 사람이, 그 수류탄이 위험하다고 하여 손에서 수류탄을 놓아버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이 아닌가?  그러니까 사실상 노적(露積)과 진배없는 건식 저장고(맥스터)에라도 그 위험 물질들을 보관할 수밖에 달리 방법은 없을 것 같은데, 어쨌든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가 운영되면서 유지 관리되는 것과 아예 발전조차 중단하여 아무런 경제적 이득도 없이 방치되는 것과의 차이 혹은 손익계산서도 좀 따져봐야 할 문제가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아무튼 핵분열 반응으로 작동하는 폭탄을 제조하고 또 발전까지 의존하게 된 것은 인간이 하지 말았어야 할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과 같은 일인데, 이제 와서 돌이키기도 어렵다는 것이 딜레마가 아닌가?  세계 각국이 핵분열과 정반대인 핵융합로 개발에 혈안이 되어 있으며 우리나라 핵분열로인 `토카막`도 최근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핵(核)이라는 말만 들어가면 기겁할 사람들도 없지 않겠지만, 핵융합의 원료는 바로 수소이며 수소를 핵융합 시키게 되면, 핵분열 시보다 훨씬 막대한 에너지가 나오면서도 핵분열 과정에서처럼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 인류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에너지는 역시 수소라는 얘기가 된다.  즉, 수소 핵융합으로 도출되는 막대한 에너지로 다시 수소를 생산하고 그 수소로 전력을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가 실용화되기만 한다면 우리 인류가 이 지구상에 머물 수 있을 때 까지 에너지 고갈을 염려할 필요는 없어지게 된다.  태양은 거기 그 자리에서 단지 수소를 연료로 하여 수 십 억 년간 불타고 있었으며, 향 후 또 수 십 억 년간 더 불타게 될 것인데, 수소 핵융합은 바로 이 지상에 태양을 끌어내린 것과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별 볼일 없는 일 개 엔지니어로 전락한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나에게 과학은 내 삶의 원동력이며, 오직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 이 초라한 삶을 이어가게 하는 이유의 전부 이기도 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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