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중은 미중 간의 `정찰 풍선` 갈등으로 연기됐다가 4개월 만에 이뤄진 것으로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2021년 1월) 이후 미국 외교 수장의 첫 방중이자 미 최고위급 인사의 중국 방문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8년 마이크 폼페이오의 방문 후 미국 국무장관으로는 5년 만에 중국을 찾은 것이다. 미중 간 전략경쟁이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모처럼 성사된 이번 방중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이번 블링컨 방중으로 미중 관계의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양국 간 상황 오판에 의한 충돌을 막고 긴장을 관리할 소통 채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 성과로 양국 간 고위급 대화 채널이 재개되고 정상 간 만남으로 이어질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미국이 중국과의 소통을 위해 손을 적극 내미는 모양새이지만 중국 측 분위기는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지는 않는다.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의 방중 협의에 대해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중·미 관계에 대한 입장과 우려를 천명하고 자신의 이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했다. 블링컨 방중 이후 미중 관계의 향배는 현재 심각한 갈등 국면에 처한 한중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베팅 발언`으로 시작된 한중 갈등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지만, 이번 미중 고위급 협의를 거쳐 양국 간 긴장이 완화되면 한중간 외교 공간도 그만큼 넓어질 공산이 크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중에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통화하고 `상호존중에 기반해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한국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중 관계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후 언급한 대로 `해빙`까지 될지는 장차 두고 볼 일이다. 그렇지만 미중 갈등 격화로 외교적 입지가 좁아졌던 우리에게 새로운 공간이 생기고 있는 조짐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의 대중 외교에 운신의 폭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도전이 될 수도 있다. 미중 관계의 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유연한 외교적 대응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연합뉴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