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틀간 진행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꽉 막힌 정국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는 듯하다. 국정 상황에 대한 여야의 뚜렷한 시각차가 확인됐고 해법도 제각각이었다. 다만 몇몇 사안에서 나름의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20일 연설에서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제도 도입, 국회의원 전원의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 등 `정치 쇄신 3대 과제` 공동 서약을 야당에 제안했다.  문제는 두 대표 모두 연설의 초점을 상대에 대한 비난에 맞추면서 그나마 제기한 정책 이슈들까지 정치 공방의 소모품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 대표는 현 정부가 민생, 경제, 정치, 외교, 안전을 포기한 `5포` 정권,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에만 몰두하는 `압·구·정` 정권이라면서 "지난 1년, 거대하고 지속적인 퇴행을 겪었다"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 대표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케케묵고 낡아빠진 운동권식 이념이 아니라, 실사구시에 입각한 합리적 국정"으로 바뀌었으나 `사돈남말`(사법 리스크·돈 봉투 비리·남 탓 전문·말로만 특권 포기) 정당인 민주당이 "민생을 살리고 각종 변화와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한 입법을 일일이 가로막고 있다"고 맹공했다. 야당이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고, 여당이 야당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민주 국가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하지만 도를 넘어 상대를 국정의 동반자가 아닌 적으로 여기는 태도는 국익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허공을 향한 삿대질은 1년이면 족하다. 지난해 실시된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치열함과 초박빙의 결과를 감안하더라도 더는 곤란하다. 이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민생과 국익을 논의해야 한다. 지난달 김 대표와 이 대표가 일대일 회동에 합의하면서 여야 협치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으나 이후로는 감감무소식이다.   공개, 비공개 등 회동 방식을 놓고 이견이 있다고 하는데 이런 이유가 만남의 걸림돌이라는 것 자체가 민망하다. 여야는 조건과 형식을 따지지 말고 수시로 만나 민생 등 국정을 논의하길 바란다. 그래야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비정상이 바로 잡힐 것이다. 연합뉴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