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의 한 가정집에서 영아 시신 두 구가 발견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남편과 사이에 이미 세 자녀를 둔 친모는 2018년, 2019년 각각 아기를 낳았으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모두 출산 당일 두 아이를 살해한 뒤 시신을 자기 집 냉장고에 수년간 보관했다고 한다.   국내외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종종 보고되고 있으나 영·유아 살해는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범죄이다. 이번 사건은 이례적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전모가 드러났다.   감사원은 보건복지부에 대한 감사에서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사례를 파악해 관련 기관에 통보했고, 감사 자료를 넘겨받은 수원시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범죄가 탄로 났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감사원 감사 결과 2015년부터 작년까지 8년간 출생신고가 누락된 영·유아가 무려 2천여 명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이에 관한 통계조차 없었다는 것 또한 무척 놀랍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아기의 출생 사실을 행정 기관에 통보할 의무가 없다. 한 마디로 세상에 태어났지만 축복받기는커녕 출생신고도, 주민등록도 안 된 비국민 상태로 방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미신고 사례 중 1%인 20여명을 추려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했는데 이들의 행방을 찾는 과정에서 이번 범죄가 확인됐다. 두 아이에 대한 B형 간염 예방접종 기록이 수사의 실마리가 됐다고 한다. 친모가 접종을 미뤘다면 사건이 영원히 묻혔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출산하고도 출생신고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적어도 일부 신생아는 범죄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수원에 이어 22일 경기 화성에서도 경찰이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아기를 확인해 수사에 착수했다. 최근 수년 사이 발생한 영·유아 살해 사건의 경우만 보더라도 출생신고가 안된 사례가 많았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2천여 건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실시해 사라진 영·유아들의 행방을 찾고 생사를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제도적 맹점이 아직도 존속하고 있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보호자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아이는 국민이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의료기관이 지방자치단체에 출산 사실을 알리는 `출생통보제`의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는 지체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서둘러야 한다. 정부, 국회 등 우리 사회 전체가 철저한 반성을 토대로 소중한 미래 세대의 생명과 안전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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