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전에 참전 중이던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이 무장 반란을 일으키며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자신들의 후방 캠프를 미사일로 공격했다면서 러시아군 수뇌부의 처벌을 요구한 바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를 벗어나 러시아로 진입한 뒤 수도 모스크바를 향해 거침없이 진격했다. 일촉즉발의 위기는 양측이 벨라루스의 중재로 협상을 타결하며 24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극적으로 봉합됐지만, 이번 사태 파장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 턱밑에서 전격 회군을 결정하고 러시아가 프리고진과 용병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했지만, 구체적 합의 내용과 용병 그룹이 요구해 온 러시아 군수뇌부 처벌 여부 등이 공개되진 않고 있어 불씨가 완전히 꺼졌는지도 불투명하다. 러시아 입장에선 최악의 유혈 사태는 피했다. 하지만 이번 `용병 쿠데타`는 러시아 내정은 물론 국제정세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아 보인다. 우선 지난 23년간 러시아를 통치해 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력 장악력이 크게 훼손됐다. 푸틴의 정치적 리더십은 손상될 수밖에 없게 됐고, 그의 신뢰성과 정당성에도 의문이 제기될 전망이다. 러시아에서 정치적 불안정이 촉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전쟁의 전황 변화 가능성도 주목된다. 푸틴이 무리하게 전쟁을 시작해 인적·물적 피해와 내부 분열만 키웠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반란이 초래할 파장과 국제질서의 변화 가능성에 우리 정부도 면밀히 주시하며 전략적으로 대응해 가야 한다. 반란은 표면적으로 중단됐지만, `스트롱맨` 푸틴의 통제력이 훼손된 러시아 내부의 후폭풍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1991년 당시 고르바초프의 개혁을 뒤집기 위한 소련 공산당 보수 강경파의 쿠데타 시도가 국민적 저항으로 결국 실패했지만, 이 사건은 소련의 붕괴를 앞당겼다. 이번 사태 이후 러시아 정정 변화도 단언하기 어렵다. 경제적 악영향에도 대비해야 한다. 러시아 내분이 원유가격 급등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1년을 넘긴 우크라이나전에 미칠 영향과 한국의 역할도 고민할 대목이다. 나아가 이번 사태는 점점 더 블록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최근 국제질서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티핑 포인트`가 될 가능성도 있다. 외교당국은 사태의 전개 과정과 파장을 지속해 주시하며 한반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철저히 대비해 가기 바란다. 연합뉴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