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감포읍 푸른 바닷가를 마주하는 백년가게 김명수젓갈은 50년간 4대를 이은 한결같은 맛과 정성으로 전통염해법을 지켜내며 명품젓갈을 생산하고 있다.오랜 시간과 정직으로 일관한 가업 정신은 김명수(84), 김헌목(48) 부자에 이르러 ‘대한민국해양수산식품명인’, ‘해양수산 신지식인 대상’ 등의 수상 성과를 거두며 오늘도 가업 명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경용, 김종호, 김명수, 김헌목으로 이어지는 이 젓갈 명가는 한때 한국 멸치젓갈의 본산인 감포읍 전촌리에서 경상도 젓갈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다. 지금도 매일 감포읍 본점 현장에서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젓갈 장인 김명수 대표와 증설된 천북 공장을 지키며 젓갈의 현대화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수산물 명인 김헌목 대표를 감포와 천북에서 각각 만났다. 이들이 고수하고 있는 전통염해법은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전해져 온 전통적인 가공방식으로 자연발효, 자연숙성, 자연여과, 무화학조미료, 무보존제, 무인공향미료로 3년 이상(3~10년) 발효 염장 및 숙성방법이 독특해 우리 식문화 보존 차원에서 보호 가치를 인정받았다. 어떤 화학 첨가물이나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자연발효만을 고집하는 이들 부자의 손끝에서 바다의 풍미를 고스란히 담은 맑고 투명한 붉은 색의 감칠맛 나는 감포만의 액젓이 탄생한다. 이곳서 사용하는 멸치는 대멸이다. 일제강점기 감포 앞바다에서 잡힌 대멸을 일본 어부들은 ‘와다리’라 했고 당시의 감포멸치는 최상급이었다고 한다. 김명수젓갈은 예전에 천일염을 사용했는데 균일한 맛을 내기 위해 35년 전부터는 국내산 정제염을 사용한다. 전국서 정제염으로 젓갈을 담은 것은 이곳이 최초였고 이러한 레시피들이 널리 알려지는데 크게 기여했다. 국내산 생멸치와 정제염만을 원료로, 최소 3년 이상의 저온자연숙성과 자연발효 과정을 통해 맑으면서도 독자적인 맛을 내는 것이다. 이 명가의 이야기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 감포본점(경주시 감포읍 동해안로 2050) 터는 일제강점기에 멸치를 삶았던 ‘연뚝’라는 부엌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멸치를 삶는 솥이 여덟 개 있었고 앞쪽에는 삶은 멸치를 저장하는 저장고 터였다. 이곳서 건너편이 본가였는데 멸치, 상어, 간을 친 돔배기 등을 저장하는 탱크가 있었을 정도로 일찍이 젓갈 사업에 대한 감각이 빨랐던 집안이었다. 1대 김경용은 ‘시까’라는 일본인으로부터 그물로 당겨내 멸치를 잡는 ‘후리’라는 멸치 어획법을 배워 해방 후 일본인 젓갈 공장을 인수하면서 가업이 시작됐다. 감포본점 김명수 대표는 62년 전, 22세부터 본격적으로 가업을 이어왔다. 감포본점에는 전국에서도 희귀한 12년산 고등어 젓갈이 거대한 탱크에 저장돼 있어 차원이 다른 명가의 비법을 짐작케했다. 김명수 대표는 천부적 감각이 뛰어난 이로, ‘오직 제품에만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젓갈의 오리지널러티를 강조한다. 김 대표는 “일반적으론, 멸치에 소금을 넣어 반 바가지쯤 물을 부어 행궈 멸치에 넣는것에 비해 멸치와 소금만으로 3~5년 숙성시키니 맛이 없을 수 없다. 대신 단가를 높였다”고 했다. ‘뻑뻑이 액젓’이라는 제품들이 특허 받아 김치업계서 내로라하는 ‘대상’ 등에 독점 납품하는 등 업체와 수십년째 거래하고 있는데 단 한 번도 반품된 적이 없었을 만큼 우직하고 고집스런 ‘정직함’은 오늘의 성과를 방증한다. 김 대표는 “출고를 해야 하는데 물건 준비가 덜 됐을때는 꾸벅꾸벅 졸면서도 새벽까지 제품을 출고할 수 있도록 작업했다. 남을 속이거나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 신뢰를 쌓고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명수 대표에 이어, 1996년 24세때부터 멸치액젓 제조 기술을 전수해 온 김헌목 대표는 3~10년 묵힌 액젓 50t 숙성조 20여 개가 땅속에 묻혀 있는 천북 사업장(경주시 천북면 천강로 295-120)을 맡고 있다. 그는 2020년 해양수산 신지식인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21년 대한민국해양수산식품명인 제10호로도 선정됐다. 김 명인은 전국 해양수산식품명인 10명 중 경북도 수산 명인은 단 한 명으로, 대한민국 액젓으로는 유일한 인물이다. 김 명인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지역의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해 제2, 제3의 수산명인이 나올 수 있도록 제품을 잘 만드는 것은 물론, 레시피 전수 및 사회 기여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수산업자들에게 가장 예민한 일본 원전 오염수 방출에 대해 ‘우리 젓갈은 3년 숙성이므로 현재 출시되는 제품들은 2019년 겨울에 담궜던 제품이라 해당되지 않는다. 이럴 때를 대비해 연간 5천여 톤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증설해두었고 원물을 넉넉하게 확보해 둔 상황이라 지금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은 전혀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이제 액젓은 대중화 돼 그 용도가 매우 다양해졌다. 액젓은 생선살이 녹아서 나온 물로, 탁월한 어간장 소스다. 김장용 액젓으로만 사용했던 것에서 어간장(피쉬소스)으로의 역할이 커졌다. 김명수 젓갈도 다양한 소스로의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브랜드 파워도 갖추고 있다. 원래 젓갈은 국내 판매기준인 총 질소함량이 1.0이상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나 김명수젓갈은 총질소함량이 기준치의 2배인 2.0이상으로 국내 최고의 수치로 평가받는다. 세계적인 멸치가공식품 중 최고로 평가받는 태국 베트남 등 다수국가에서는 총질소함량이 2.0이상이 되어야 1급 액젓으로 취급받고 있다. 김명수젓갈은 파스타소스, 엔초비 소스 등 액젓만이 아닌 어간장 소스도 개발중에 있다.  또 현대적 감각에 맞춰 젊은층에도 어필하기 위해 더욱 다양해진 용량으로, 농산물과도 접목하고 있다. 이를테면 쌀, 콩, 간장, 고추장 등 천연재료에 액젓을 혼합해 진한 감칠맛을 더한다. 쌀간장, 어된장, 어고추장 등이 그것으로, 된장찌개를 끓일 때 따로 육수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식이다. 이들 제품은 연구 과정을 거쳐 출시 예정으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김헌목 명인은 선조들이 제조하던 방식과 젊은층이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부분들을 빨리 감지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감포 본점은 스토리를 입혀 ‘젓갈 박물관’으로서 우리 수산 가공품을 이용한 전통 먹거리 체험 교육의 장과 쿠킹 스쿨 운영으로도 활용할 예정”이라면서 “우리가 옛날부터 먹던 밥식혜나 미역 줄기 등의 전통적인 음식들을 젓갈과 접목하고 우리 지역 특산물도 판매할 수 있는 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명인은 “액젓 초콜릿, 액젓 소금빵 등 액젓을 이용해 감포 바다와 연계한 감포 고유의 제품도 구상 중이다. 기회가 된다면 경북도, 경주시, 한수원과도 연계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수젓갈 제품문의는 경주공장 사무실(054-744-3536)이나 김헌목(010-9340-8877)으로 하면 된다.   ※ 이 콘텐츠는 한수원(주) 월성원자력본부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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