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강, 포항, 울산, 건천 방면 등 일곱 개의 길을 중심으로 잃어버린 큰길을 찾아 지난 선인들의 발자취를 되새기고 인문지리적으로 묻혀져 있던 사실들을 밝히고 산업 및 도시화의 변천 과정을 조명하려 했다”   2020년 제9대 경주문화원장에 취임한 조철제 원장은 경주문화원의 새롭고도 조화로운 발전을 위한 행보를 3년째 성실히 이어왔다. 생생한 문화의 현장에서 경주문화 창달을 위해 일해온 것은 물론, 특히 신라 문화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한 경주의 고려와 조선시대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고 선양하는 일에 힘써 온 학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평생을 고서와 고문서들을 통해 고려와 조선시대 경주에 대한 관련유적을 답사하고 사료를 수집해 촌음을 아끼며 책으로 발간해 지역의 향토사 연구 및 활용 분야에 기여한 바는 지대하다.이러한 조 원장의 학자적 맥락을 이어 경주문화원이 기획한 1000페이지의 대형 출판물이 이달 말 출판을 앞두고 있다. 경주시와 경주문화원이 지난해 봄부터 진행한 ‘경주의 옛길’이 1년 반여에 걸친 대장정에 드디어 종지부를 찍고 세상과의 조우를 앞두고 있다.그동안 경주의 신라 이후, 고려와 조선시대 그리고 근대사에 이르기까지 2016년 신라 ‘연구총서’ 22권과 ‘자료집’ 8권, ‘경주시사(2006)’를 비롯해 많은 자료가 공개되면서 관련 도서도 쏟아져 나왔다. 이는 신라 천년과 이후 천년 역사의 연구가 아직 미흡한 점이 없지 않으나 종합적으로 정리되고 있음을 방증했다.“그러나 인문학 가운데 지리(地理)에 관한 글은 예상외로 적었다. 동경잡기(1669) 이외 원서로 나온 책을 제외하고 ‘경주풍물지리지(1991)’와 동지(洞誌)가 출간된 것이 전부였다. 지리 연구는 산천의 지형을 관찰하고 그 변화와 추이 과정을 주목해야 하고 아울러 역사 문화, 그리고 인물의 성쇠를 함께 논구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다. 그 지방에 사는 사람이 오랜 경험과 답사 및 구전을 통해 연구가 이뤄져야 해서 지방 사학자의 몫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번 ‘경주의 옛길’을 발간하면서 애로가 많았다고 한다. 앞선 관련 글이 거의 없었고 지형이 너무 변해 가늠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고로(故老)를 찾아 자문하는 일도 여러 한계가 있었고 수천 년을 걸쳐 닦은 길이 지난 100년 사이, 상전벽해를 이뤄 옛길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조 원장은 지금 정리해 두지 않으면 급격한 변화로 훗날 훨씬 더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며 이번 출간의 의미를 짚었다. 한편, 1964년 경주문화원이 설립된 이후 새 원사 이전과 신축 등의 안건과 관련해 역대 원장들의 고민이 많았었다. 이는 동부동 구 문화원의 가용 공간이 너무 좁아 전국 대표격인 경주문화원의 위상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에 연유했다. 역대 원장들이 문화원사 이전의 토대를 마련해 준 공으로 지난해 9월 21일, 옛 경주시 여성복지회관이었던 지금의 원사(경주시 첨성로 31-4, 대지 408여 평, 건평 176평)로 이전해 문화원이 60여 년 동부동 원사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황남동 시대를 열었다. 조 원장은 문화원 앞에 대형 주차장이 건립되고 문화원과 인접한 황리단길을 찾는 이들을 위한 문화원의 역할을 위해 시에 몇 가지 제안을 해두었다고 했다. 젊은층을 흡수하기 위한 코스프레, 버스킹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유치해 지속적으로 보고 즐길 수 있는 장을 조성하기 위해 다각적인 시도를 구상 중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문화원은 전문성을 지닌 전담 인력이 꾸려져 있지는 않지만, 전국 공모 사업이나 문화 사업 추진에 있어서는 전담 인력팀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조 원장은 임기 중 바쁜 업무 수행 중에도 ‘경주의 조선시대 산책(2023)’, ‘경주, 한시로 읽다(2021)’ 등 1년에 한 번씩 신간을 발간해냈다. 거의 매일 예외 없이, 써놓은 원고를 다듬고 새로운 자료를 준비했다고 한다. 꾸준하게 매일 체크하고 끊임없이 자료 수집을 하다보면 자료들이 축적돼 새로운 한 권의 책으로 엮였다는 것이다. 경주시 도시브랜드 자문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경주 문화는 가장 경주다운 색깔을 내고 경주만의 콘텐츠로 다른 문화와는 구별돼야 한다. 그래서 경주 문화 콘텐츠의 바탕은 신라 천년의 인프라가 근간이 돼야하고 그것이 경주가 새롭게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기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화원과 경주시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고 경주의 문화인들과 경주를 사랑하는 시민·단체들이 유기적으로 경주 브랜드 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화원도 의례적 사업이나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더욱 공격적인 문화 사업 추진과 다문화 가정의 문화, 교육적 안배 등을 위해 끊임없이 개방하고 귀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내년 2월께 취임하는 후임 원장에게는 “원사 문제나 다른 안건보다는 문화 사업에만 전념해 경주 문화의 주축이 될 수 있는 문화원의 인프라 토대를 단단히 구축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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